부산했던 정가|김 의원 자퇴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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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엇갈린 「상도동 회합」>
김영삼 총재는 12일 상도동 자택에서 소속의원 20명의 방문을 받고 김옥선 의원 제명과 이에 따른 당책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
황명수 의원은 『총재가 단안을 내릴 때』라며 『신민당과 총재가 명예롭게 사는 최후의 방법은 총재 자신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라고 했고, 유제연 의원은 죽기를 각오하고 나서면 이길 수 있다』고 충무공의 고사를 들어 강경 대응을 건의.
전 대변인 이택돈 원도 상도동 자택으로 밤늦게 찾아가 협의했는데 『총재가 몹시 괴로워하면서도 모종의 중대 결심을 한 것 같더라』고 전언.
김 총재를 만난 의원들은 한쪽은 총재의 사퇴를, 다른 일부는 『김 의원의 제명에 전체의원이 동조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엇갈린 의견을 제시.
김 총재는 김 의원의 제명 문제로 신민당이 내분을 보이는 것을 우려, 『의원 총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조차 싫다』며 『나로서도 생각이 있다』고 심중을 밝혔다.

<힘으로 대하지 말라>
12일 하오 3시 경운동 소재 수은 회관 내 유정회 사무실에 모인 공화·유정 합동 대책 회의에는 두 교섭 단체 간부 및 신민당 의원들과 맞붙을 행동 부대 48명이 참석.
공화·유정 혼성의 조 편성에 이어 김용호 공화당 부총무는 ▲13일 상오 9시50분까지 여당의원들의 본회의 입장을 완료시킬 것 ▲행동대는 입장하는대로 각자 맡은 위치에서 대비태세에 들어갈 것 ▲상황에 따라 변동되는 행동 지침은 서상린 총책를 통해 조장들에게 전달할 것이니 착오 없이 소속 의원들에게 알려줄 것 등을 조목별로 시달.
김 부총무의 설명이 끝나자 홍병철 의원 (공화)은 『신호에 따라 편성된 조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했고 정재호 의원 (유정) 은 『야당 의원 중 신도환 황호동 의원과 같은 힘센 사람은 공연히 건드리면 오히려 힘을 불러일으키게 되니 점잖게 상대하는게 좋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힘을 쓰는 것보다는 옆구리를 간 지르는 등의 방법이 좋다』 고 의견을 제시.
강병규 의원 (공화)이 『속기사를 가장하여 속기사들이 들어오는 통로 (사회석 밑)를 통해 들어오면 어떻게 하는가』고 묻자 김용태 총무는 『내일 회의는 일체 비공개며 회의장은 물론 복도에까지도 국회의원이나 관계자 외의 사람은 기자들도 일제 접근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대책 만전을 밝혔다.

<13개조 행동 대원 48명>
여측 행동대는 공화·유정회 24명을 합친 48명의 혼성 부대. 서상린 교체 위원장을 총책으로 한 행동대는 12개 국회 상임위 (운영위 제외)의 공화당 및 유정회 간사들 외에 거의 같은 숫자의 힘깨나 쓰는 의원들로 구성된 것. 이들은 다시 3∼5명씩을 1개조로 하여 13개조로 편성됐다.
힘 좋은 의원 중심으로 지명된 조장은 오학진 김용채 최재구 홍병철 김영병 정무식 정우식 신동관 채영철 김효영 강병규 (이상 공화) 김진봉 전재구 (이상 유정) 의원.

<모든 가능한 방법 시도>
12일 하루 동안 신민당은 김영삼 총재 이하 당 3역 등 간부들이 여당권과의 정치 협상을 시도했으나 끝내 「부실」로 끝났다. 이날 아침 김 총재의 부름을 받은 유치송 사무총장·김형일 원내 총무·이중재 정책심의회 의장 등 당 3역과 황낙주 부총무·한병심 대변인· 유제연·황명수·문부식 의원 등이 상도동의 김 총재 자택으로 속속 모여들었고 김 총재는 당 3역과만 거의 1시간 동안 요담.
김 총무가 『정치 협상 가능성은 전무』라고 보고 하면서 『오늘 새벽 정일권 의장을 만나려고 국회 의장 공관으로 찾아 갔으나 출타중이라서 만나지도 못했다』고 했고 회의 후 이중재 의장은 『정부의 고위층과의 접촉도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여 시도했으나 절망』이라고 말했다.

<아침에 교회서 예배도>
자진 사퇴 문제가 거론 됐을 때는 『당명에 따르겠다』면서도 『내 선거구민의 뜻은 어떻게하고…』라며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김옥선 의원은 12일 밤 상도동 자택으로 김영삼 총재를 찾아가서 『나 한사람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되어 심경이 괴롭다』며 자진 사퇴 의사 결심을 표명.
밤 10시 문부식 의원과 함께 상도동 김 총재 자택을 방문한 김 의원은 『나 개인의 희생으로 전체가 살고 김 총재의 덕망에 훼손이 가지 않는다면 기꺼이 물러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 총재는 『혼자 사퇴서를 내게 할 수는 없다』며 『이미 우리 당이 김 의원과 운명을 같이하기로 결의했고 나에게도 생각이 있으니 사의는 거두라』고 만류. 그러나 김 의원은『오랫동안 심각히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니까 총재가 받아달라』면서 굳은 결심을 밝혔던 것.
김 의원은 12일 상오 서울 N「호텔」에서 김형일 원내 총무와 황낙주 부총무, 동료 문부식 의원 등을 만나서도 사퇴 의사를 비쳤으나 김 총무 등은 이를 만류.
김 의원은 이날 아침엔 이대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보았고 문 의원과 함께 서울 시내 M 일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마침 유정회 소속 의원들이 옆방에 있는 것을 보고 『단합 대회를 하는군』이라고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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