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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요양병원이 단순히 쉬는 곳이라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요양병원의 순기능과 발전방향 관련 열띤 토론 벌여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중요성이 높아진 요양병원의 사회적 역할과 발전방향을 모색해보는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우리보다 앞서 요양병원을 운영해온 해외 사례를 살펴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와 한국과학기자협회는 14·15일 ‘우리나라 요양병원의 순기능과 발전방향 모색 세미나’를 충북 수안보 소재의 농협공제복지연수원에서 개최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윤해영 회장은 “이번 세미나가 양 단체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고, 요양병원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노인의료의 발전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국내 요양병원이 역할을 정립하고, 해외 사례를 통해 향후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요양병원 임직원과 과학기자협회 소속 기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세미나에서는 협회 염안섭 총무이사와 유한대학교 보건의료복지연구소 남상요 소장이 주제 발표에 나섰다.

▶ 노인의료의 중심은 ‘요양병원’

날로 중요도가 높아지는 국내 노인의료의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이 바로 서야 한다.

현재 국내 노인의료의 정책의 중심에는 요양병원이 있다. 그런데 정부 지원은 미비한 가운데, 단순히 병원의 증가를 막기 위한 노력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본 등 선진국의 실패한 정책들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노인의료제도의 현황과 요양병원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진행한 남상요 교수(유한대학교 보건의료행정과/동 대학 의료복지정책연구소장)는 “일본도 과거 요양병상의 급증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겪었으며, 현재는 요양병상의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나 실적이 미미해 2012년 목표를 2016년까지 연장하고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실패사례를 답습하지 않고, 잘된 시스템만을 선별하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일본의 포괄 의료복지 시스템 구축은 우리가 모델로 삼을 수 있는 발전된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우봉식 홍보이사는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건강보험공단 통합으로 인구 고령에 따른 다양한 보건의료 수요를 감당할 지자체 단위의 조직과 예산이 없어 지역사회가 역할을 다 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지자체와 지역복지시스템과 연계해 우리나라 요양병원이 일본의 포괄 의료복지 시스템의 역할과 유사한 기능을 담당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국내 노인의료비 증가는 요양병원과는 상관이 없다. 국내 노인의료비 중 진료비에서 요양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6.03%이다. 노인을 주로 진료하는 요양병원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전체 65세 이상 진료비 또한 요양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0.32%에 불과하다.

▶ 올바른 정책 부재로 노인복지 하락

노인의료와 관련된 올바른 정책의 부재로 노인들이 병들고 있다. 특히 높은 독거노인 증가율과 자살율은 큰 문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35년 독거노인 수는 343만 명, 전체 노인 중 23.3%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54만 4000명이었던 독거노인 수는 2010년 105만 8000명, 2012년 118만 7000명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독거노인에 대한 지원책의 부족으로 건강·소득·사회적 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적정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가 2006년 8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응급실 손상환자 표본심층조사를 한 결과, 65세 이상 자살시도자의 자살동기 1위는 본인의 질병이었으며 비율이 35.9%에 달했다.

독거노인뿐 아니라 노인부양 가계의 비율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질병을 앓고 있는 노인의 부양이 가계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능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으며, 이에 따른 정책도 충분하지 못하다.

우봉식 홍보이사는 “급성기 병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요양병원에서 저렴한 진료비로 도맡아 하고 있다”며 “이는 가계의 경제활동을 증가시키는 등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정부도 요양병원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바꾸고, 긍정적 관점에서 더 많은 정책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요양시설의 명칭 변경 고려 필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역할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명칭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두 시설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어 우리나라 노인의료 서비스 제공에 가장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요양병원이 평가 절하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요양시설의 명칭이 변경돼야 한다는 점이다. 요양(療養)의 뜻은 ‘휴양하면서 조리해 병을 치료함’이다.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단순 수발을 제공하는 요양시설은 ‘수발’ 등의 명칭을 고려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치료가 필요한 어르신에게 질병관리와 기능회복이 되도록 적절한 노인의료를 지원해 어르신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요양시설의 입소 대상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1·2등급의 어르신이다. 이들 대부분은 욕창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와상 환자군이거나 중증 치매환자, 신체기능 저하 및 기관지 절개로 소변줄 등 의료 삽입관을 착용하고 있는 의료 필요도가 매우 높은 환자 군이다.

따라서 의학적 필요도가 높은 노인장기요양보험 1·2 등급 환자는 요양병원으로 입원해 적절한 치료와 요양을 받도록 하고, 의학적 필요도가 낮은 3·4등급 환자는 요양시설에서 수발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역할이 확실히 정립됐을 때, 노인환자의 질병예방과 치료가 가능하고 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

남 소장은 “일본은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에 의해 운영되는 요양원에 해당하는 시설 명칭을 양호원(養護院)이라고 쓴다”며 “우리나라는 실제 의학적 치료나 처치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의 개념이 포함된 요양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국민들이 요양원과 요양병원 간의 기능적 차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혼란을 가중 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실버산업의 육성과 요양병원

고령화에 따른 실버산업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으나, 정작 요양병원에 대한 지원은 없다. 요양병원을 실버산업의 육성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급자로 인정하고, 단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ICT·BT·NT 기술이 노인요양병원을 중심으로 노인 관련 산업이 발전을 거듭하면 다양한 약제, 장비 및 기기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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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 수안보=한석영 기자 syhan@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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