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영화] 엄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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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감독 : 구성주
주연 : 고두심
등급 : 전체
홈페이지 : (www.momsway.co.kr)
장르 : 드라마
20자평 : 그 앞에만 서면 누구나 작아지는 존재, 엄마.

엄마는 정화제다. 자식들의 온갖 흉허물은 엄마의 품속에서 눈처럼 사라진다. 세상의 고결함이 한데 모인 단어, 엄마. 그래서 영화화는 힘들다. 보지 않고도 본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제목조차 엄마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지난해 KBS.MBC 연말 시상식에서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와 '한강수타령'으로 연기 대상을 휩쓴 고두심이 예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영화는 드라마와 다르다. 넓은 화면을 꽉 채울 뭔가 있어야 한다. 감독은 그래서 드라마의 클로즈업 대신 카메라를 인물에서 떨어뜨려 길게 찍는 롱테이크로 영화를 시작하고, '오즈의 마법사'처럼 허수아비를 의인화하며 약간의 팬터지도 곁들였다.

고두심은 차만 타면 일어나는 어지럼증 때문에 고향집 해남에서 막내딸 결혼식이 열리는 목포까지 3박4일간의 '역정'에 나선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비를 맞고 바람을 헤치며 하루 10시간씩 걸어간다. 큰아들 부부와 건달 둘째아들, 비구니가 된 큰딸과 시집간 둘째딸이 교대로 엄마와 동행한다. 엄마는 분열된 가족의 접착제. 티격태격 다투던 아들들은 화해하고, 딸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엄마를 껴안는다. 감독은 신파극을 경계하듯 장면을 뚝뚝 끊는다. 덕분에 TV 단막극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희생과 사랑의 엄마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가족의 갈등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며, 60대 후반의 엄마로 나오는 고두심 또한 기대보다 젊어 보이는 등 그저 무난한 영화로 끝나는 것 같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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