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약칭 새정치연합 … '민주' 빠진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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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었다. 김한길(왼쪽)·안철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해 출범을 알리는 북을 각각 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8일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부산·광주 등 6개 지역에서 시·도당 창당대회를 연 뒤 26일께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형수 기자]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 신당 당명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16일 결정했다. 약칭은 ‘민주’를 빼고 ‘새정치연합’이다.

 양측은 오후 2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어 당명을 최종 확정하고 신당의 정치적 지향을 담은 발기 취지문을 채택했다. 또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신당의 정강정책, 당헌당규는 안 의원의 새정치연합 측이 자체 정강정책 등을 확정하지 못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안 의원은 이날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과는 결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민주당 내 일부 강경파 사이에선 이 발언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그래서 안 의원이 당헌당규 또는 정강정책에 이 내용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할 경우 마찰도 예상된다.

 이날 행사에는 양측 발기인과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강운태 광주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등 약 500명이 참석했다.

 양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 의원의 새정치연합은 민주당에 당명으로 ‘새정치국민연합’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민주’라는 단어를 담자고 주장했다. 양측 주장이 맞서자 신당추진단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새정치국민연합’이 30%로 1위, ‘새정치민주연합’과 ‘새정치민주당’이 각각 20%대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새정치국민연합’은 유사 당명 사용금지 규정(정당법 41조)에 걸려 탈락했고, 결국 15일 밤 김 대표와 안 의원이 만나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최종 결정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약칭을 ‘새정치연합’이라고 한 것에 대해 ‘너무 안 의원 측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진표 의원은 “60년 야당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민주’가 들어간 것은 다행이지만 약칭에서 민주가 빠진 것에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용 약칭으로도 ‘새정치’는 ‘새누리’를 연상케 하고 ‘민주’를 쓰는 것은 안 의원 측이 반발해 혼선이 예상된다. 당색은 민주당의 태극파랑(짙은 파랑)과 새정치연합의 하늘파랑의 중간색인 바다파랑으로 결정했다. “바다는 썩지 않으며 모든 걸 융합해 하나로 만든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발기인대회는 철저히 양측의 통합을 강조하며 진행됐다. 행사장 중앙에 배치된 청년 발기인그룹도 대부분 안철수 측 인사들로 채워져 규모 면에서 약세인 새정치연합을 배려했다. 행사 인사말도 안 의원, 김 대표 순서로 했다.

 특히 두 공동위원장들은 이날 진보와 보수의 통합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인사말에서 “튼튼한 안보 위에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이념과 진영에 매몰돼 현실과 합리적 진리를 외면하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 측은 “정강정책 정도에는 (안 의원의 오늘 밝힌 발언 내용이) 녹아들어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보수가 인권·민주·환경을 걱정하고 진보가 성장·안보·법치를 고민하는 시대를 우리가 열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8일 경기도를 시작으로 대전(20일)·광주(20일)·인천(21일)·부산(22일)·서울(23일) 등 6개 지역을 돌며 시·도당 창당대회를 열다. 이어 26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신당을 창당한 뒤 민주당과의 합당을 통해 통합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글=이소아·이윤석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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