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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면학 분위기는 조성되었나|윤태림<경남대학장·심리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내면적인 문제에 성찰 필요>
문교부 발표인지 신문사 취재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대학생들의 출석률이 90%이상이고 도서관 출입도 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는 반가운 얘기가 나왔다.
특별히 반가와 할 것도 아닌 당연한 이 같은 얘기가 희소식으로 여겨지는데 우리나라 특수성이 숨어있어 신문기사거리가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간단히 넘겨버릴 문제가 아닌 것은 가을 신학기를 맞이했으니 공부해야 하겠다는 것도 하나의 오인이겠지만 지난 봄 학기동안 얼마나 그들이 배움에 굶주려 있었던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동시에 다시는 그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겉만 보고서 이제는 면학분위기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볼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내면적인 문제가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예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신 말아야 할 마술적 통계>
우선 나라 있은 뒤에 공부라는 신념 하에서 이루어진 분위기인 만큼 국가의 기초를 진실로 굳게 하기 위하여는 학생들 자신이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자진해 바칠 수 있도록 하는 강경 일변도 아닌 학생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노불레스·오블리제」즉 선택받은 귀한 몸일수록 책임감 의무감이 더해간다는 식으로, 영국 대학생들이 국가의 혜택을 많이 받았기에 자진해 국가를 위해 신명을 바쳤다는 식으로 외부로부터의 지시가 아니라 자청해서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마음이 자연히 우러나올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숫자는 잘못하면 정당한 인식을 흐리게 하는 마술적인 것도 숨어있는 만큼 숫자놀이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남의 것이 더 많은 교양도서>
부조리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상부에서는 그렇게 강조를 해도 일부 일선 말단에는 아직도 지각으로 구태의연한 것이 남아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조에서도 아전 나부랑이 같은 하찮은 하급 관원이 국사를 망쳤으니 실행 못하는 일부 공무원에게는 철퇴라도 내려 위의 뜻이 문자 그대로 시행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또 한가지 면학분위기 진작문제와 더불어 각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읽히기 위해 많은 교양도서를 선정 발표했는데 국내 것보다 외국 것이 많다.
교양서적을 들었을 뿐 국내외를 불문했다 하겠지만 우리는 설사 그것이 번역된 것이라 할지라도 과학에 관한 것은 별문제로 치고 번역물은 문학이고 사상이고 간에 어쩐지 남의 옷을 빌어 입고 다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때가 있다. 된장·김치 맛이 아니고 밥 아닌 빵 조각을 씹는 것과 같다.

<우리 고전의 번역이 아쉽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우리 조상들이 수 백년 수 천년을 두고 생각하고 실천한 것을 다시 한번 되씹어 보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것을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 이것은 결코 고루한 국수주의 사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우리 선조가 생각하고 쓴 것을 우리는 모르는데 외국인을 연구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일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피와 살이 될 수 있는 고전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과 아울러 어렵게 한문으로 쓰여진 것이 쉬운 우리말로 많이 옮겨져야 할 것이다.
많은 고전이 번역 출간되었지만 그런 것이 대중화되지는 못하고 값싼 흥미중심의 책들이 돈에만 눈이 어둔 악덕출판사에 의해 간행되는 것이 한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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