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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짜리 커피머신 직구로는 32만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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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호 20면

해외 직접구매가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 차이 때문이다. 배송료와 관세를 포함해도 국내에 정식 수입 판매되는 제품보다 약 20~30% 싸다. 백화점에서 50만원 하는 이탈리아산 커피메이커는 32만원에, 국내에서 15만원 하는 미국산 비타민제는 3만원이면 살 수 있다. 직구 카페 한 운영자는 “배송비와 관세·부가세를 합쳐도 국내보다 저렴하다는 사실을 한두 번 경험하고 나면 수입품을 국내에서 살 때 바가지를 쓰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해외 직구 왜 갑자기 늘었나

직구의 증가는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관이 있다. 관세가 내려가고 면세 한도가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상품을 구입해 국내로 들여올 경우 신발·의류·가구류 등의 비관세 부과 상한선이 기존 100달러에서 200달러(배송비 포함)로 상향 조정됐다. 다른 지역의 경우 면세 한도가 배송비를 포함해 15만원이다. 실제 해외 직구 거래 건수는 2010년 318만 건, 2011년 500만 건이었다가 한·미 FTA가 시행된 2012년에는 720만 건으로 늘어났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직구 물품 통관 금액의 70% 이상이 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결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품뿐 아니라 ‘Made in Korea’ 제품도 외국에서 사오면 더 싼 경우가 많다. 국내서 485만원가량 하는 삼성 55인치 LED TV의 경우 아마존에서는 2000달러에 판매된다. 세관과 배송료를 합쳐도 한화 250만원이면 살 수 있다. 지난해 말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기간에는 65인치 삼성 TV가 215만원(제품가격 158만+관세 32만+운송료 25만)에 판매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제품은 당시 국내에서 450만원에 판매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 물을 건너갔다 다시 물을 건너온 국산 제품이 국내에 곧장 진열된 것보다 싸다는 게 화제가 되고 있다”며 “직구가 활성화되면 기업들이 그동안 국내 고가, 해외 저가로 유지하던 가격 정책을 근본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직구 확산을 소비재 시장의 개방도와 연관 지은 분석도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수입품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해당 품목의 직구 증가율 간에는 음(陰)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쉽게 말해 개방이 덜 된 품목일수록 직구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소 강중구 책임연구원은 “원자재·자본재·소비재를 모두 합한 우리나라의 수입의존도는 OECD 34개 국가 중 11위로 높은 수준이나 소비재만 떼서 보면 개방도는 29번째”라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수입 개방도가 낮다는 점에서 해외 직구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 공유가 쉽고, 해외 생활을 경험한 젊은 층이 늘어나는 점도 직구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제품 구매 경험에 대한 정보가 누적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예컨대 배송 대행업체 M사이트 커뮤니티의 경우 회원수만 40만 명을 넘는다. 이들은 해외 직구 방법부터 관세율 계산, 가격 비교, 세일 정보 등을 공유한다. 환불 문제나 파손 시 대처 요령 등도 게시판을 통해 회원 간에 도움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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