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에 산다(1131)|어린이 유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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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동안 잠잠하던 유괴사건이 철바람처럼 또 일고 있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가지가지의 사건들이 흐르는 강물 줄기처럼 이어가는 것이 곧 우리의 슬프고 고달픈 생활처럼 되어 이젠 규모가 크거나 아주 끔찍스러운 사건이 아니고선 우리들의 신경이 끄떡도 않을 만큼 무디어졌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의 유괴사건만은 자녀를 기르는 만천하의 어버이들에게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개인의 원한의 대상으로나, 혹은 일확천금의 대상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순진하고 철없는 어린이를 유괴, 납치해간다는 것은 정말 용서 못할 일이다.
사람을 상대로 하여 돈을 번다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당한 노력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유익하게 벌어야 한다. 설사 사람을 본의 아니게 악용의 대상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어린아이는 제외되어야한다는 것은 극히 상식적이다. 어느 나라에나 유괴사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괴 사건이 우리 나라에선 아직도 미제로 처리되어 있는 것이 많다. 이런 수사의 미흡이 사건을 자주 일으키게 하는 간접적인 요인이나 약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사이 발생한 유괴사건은 그 범인이 10대의 소년이란 점도, 또 범인이 고아였다는 점도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암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학교와 가정과 사회의 교육이 인간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건전한 가정생활, 자녀에 대한 부모의 애정이 절실하다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괴사건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만 벌면 그만 이라는 배금주의와 인명을 하찮게 여기는 그릇된 사회풍조의 깊은 밑바닥을 파헤쳐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경찰의 수사력이 이 같은 근원적인 범행의 해결이나 방지에 미흡하다면 사회단체나 각 직장은 물론 모든 가정이 다함께 나서 유괴범을 없애기 위한 제나름의 노력과「캠페인」을 벌이는 방법도 강구돼야할 것이다.
이와 함께 행형상의 문젯점도 다시 검토, 우범청소년들에 대한 선도 책과 아울러 유괴범 같은 악질적인 범죄자에 대해서는 극형으로 다스려 제2, 제3의 범행이 근절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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