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노이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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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주택가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절도·강도들이 날뛰어 시민 생활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그 동안 선량한 시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치기배들의 극성이「치기배 일제 소탕 작전」으로 뿌리 뽑히는 듯 싶어 수미를 펼 수 있을까 했는데, 이번엔 연소한 도둑 떼들이 다시 주택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니 시민들의 도둑 「노이로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들 연소자들의 범행은 날이 갈수록 대담·잔인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 지능화 하여 경찰조차 제대로 손을 못 쓰고 있어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은 이중으로 골탕을 먹고 있는 판
이다.
일반적으로 범죄는 자연적·계절적인 환경에 따라 그 종류와 빈도가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거니와 그런데도 의·식·주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절박한 하절에 이렇듯 도둑이 들끓는다는 사실은 범죄 발생의 계절적 요인마저 무시한 기현상이라 하겠으며 그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아니할 수 없다.
이 같은 경향은 이를테면 「도둑의 전천후성」을 뜻한다하겠고 나아가 도둑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방비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도 극언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 강·절도범의 대부분이 청소년이라는 것과 그 범행 동기가 주로 용돈 마련을 위한 것인데도 예사로 흉기를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끔찍한 현상이 빚어지게 되었는가 대문을 열어놓고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명랑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먼저 이 같은 범죄 동향의 근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절실하다.
첫째 개인적 요인으로서 오늘날 많은 청소년들에서 볼 수 있는 「퍼스낼리티」상의 결함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한창 의롭고 곧게 성장해야 할 청소년들의「퍼스낼리티」에 어떤 일반적 결함이 생기면 원시적인 충동 욕구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모든 심리학자들의 공통된 이론인 것이다.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유혹에 대한 정신적 저항력을 잃고 예사로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에 빠지고 있다면 이는 교육적으로도 중대한 사회 문제인 것이다.
둘째 환경적 요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의 기능 장해다. 부모의 부재, 가정 교육에서의 도의적 구심력의 결여, 가정 불화·부모의 무관심·익애, 완고한 엄격성 등이 비행 범죄 청소년을 키우는 온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특히 청소년들에게 있어서는 「동류 집단」의 병리가 큰 작용을 하는데 이것이 군도 현상으로까지 발전한 것이 아닌 가도 깊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세째 사회적 요인으로 가치 체계의 붕괴·도의심의 타락·사회적 부조리와 일확 천금 풍조의 팽배·생활의 불안정·놀고 먹자는 기생적 사고·욕망을 자극하는 소비·오락 시설의 범람들을 들 수 있겠다.
이런 요인들의 복합적 작용에 의해 생겨나는 범죄의 효과적 예방을 위해 선행돼야할 것은 현대 도시의 나쁜 생활 환경을 개선, 건전한 사회 기풍을 확립하는 사회 교육적인 노력이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것은 허술하기 이를데 없는 우리 나라 경찰들의 방범 태세에 있는 것이다. 국가 존립의 중요한 목적이 도둑들의 횡포로부터 선량한 국민들의 생명·재산을 보호하는데 있는 것이라면 이 기능을 다하지 못한 당국의 책임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경찰은 방범의 막중한 직무 수행을 위해 가일층 분발해야함은 물론 시민 개개인도 제집과 이웃을 도둑의 검은손에서 지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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