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의 75회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애드리언 브로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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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언 브로디(30)는 단상에 올라 "소감을 준비하지 못했다"라며 크게 흥분했다. '어바웃 슈미트'의 잭 니컬슨, '갱스 오브 뉴욕'의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남우 주연상 부문에서 그가 영광을 차지한 것은 매우 뜻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브로디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연주었다. 제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억압 아래서 무력하기만 했던 유대계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을 맡았다. 그러면서도 허기와 추위, 고독과 공포란 극한의 조건에 굴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을 표현했다.

그는 이 영화를 위해 몸무게를 13㎏이나 뺀 것으로 알려졌다.

우윳빛 피부에 퀭한 눈동자 등 동유럽인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달리 브로디는 미국 뉴욕 출신이며, 어머니가 헝가리인이다. 폴란스키 감독은 유럽은 물론 미국을 샅샅이 뒤져 그를 캐스팅했다.

1993년 스티븐 소더버그의 '리틀 킹'으로 영화 활동을 본격화한 그는 98년 테렌스 멜릭 감독의 전쟁 영화 '씬 레드 라인'에서 겁을 잔뜩 먹은 파이프 상병 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시상식장에서 1초를 더 달라고 요구한 뒤 "전쟁(이라크전)이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고 간절하게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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