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규 기자 종군기] 이슬람敎 미군들 "너무 괴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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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23일 새벽(현지시간) 이라크전에 참전 중인 미군 101 공중강습사단에서 수류탄 투척 사고를 일으킨 용의자가 이슬람교로 개종한 미군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미군 내 이슬람교도들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병사의 경우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이슬람교를 믿는 미군들은 저마다 종교적 양심과 군인으로서의 의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 형제에게 총부리를 들이대야 하는 전투병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마침 지난 21일 101 공중강습사단 2대대에서 2년째 군 교회를 맡아 온 김성남(金成男.39.한국계 1세.대위)군목의 도움으로 이슬람교를 믿는 미군 네명으로부터 그들의 심경을 들을 수 있었다.

모임에는 8년 전 이슬람교로 개종한 테리 루이스(30.전투분대장) B중대 하사, 레마커스 데이비스(20.기관총 사격수) A중대 일병, 와드 아제즈 알하킴(23.전투원) C중대 일병, 2년차 교인인 본부중대 트샤인 월턴(26.정비병)일병이 참석했다.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당연히 '이슬람 형제 살해'문제다. 이들은 '적 제거'라는 기본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이슬람 교리와의 절충점을 찾고 있다.

와드 일병은 "우선 항복을 유도해 못움직이게 하다 저항하면 쏘겠다"고 말했다. "이슬람 형제라도 옳지 않은 일을 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전투분대장이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루이스 하사는 "부상만 시켜도 목표는 달성된다"며 "다리를 쏴 꼼짝 못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코란은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가르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의 성격에 대해 이들은 '기독교인의 종교전쟁'이라는 아랍권의 시각과 달랐다. 데이비스 일병은 "오사마 빈 라덴의 행동은 영광스러운 게 아니다"면서 "이번 전쟁은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단정했다.

나머지도 같은 생각이었다. 루이스 하사는 "빈 라덴은 코란을 잘못 해석한 극단주의자로 우리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와드 일병은 "기독교도 군인들이 이슬람을 비난하고 욕하는 데 가슴이 아프다"면서 "이슬람과 기독교 모두 평화와 사랑의 종교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쿠웨이트 북부사막 캠프 펜실베이니아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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