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지지만 않으면 사는 게 낫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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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결혼 2년 차 신혼인 임모(34)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주택시장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집을 사야 할지, 계속 전세로 살아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아서다. 그는 현재 전세자금대출 5000만원을 받아 2억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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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임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가격은 3억원이다. 전셋값에 1억원을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다.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면 이자 부담이 늘지만 전셋집을 옮겨 다니느라 쓰는 이사비용·중개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별반 비용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임씨는 “집을 사는 것이 안정적이긴 한데 정확히 비용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도 모르겠고 집값이 또 떨어질까 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10년간 집값이 소폭 오르거나 보합세를 유지하더라도 전·월세보다 집을 사는 것이 주거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연평균 3% 이상 오르면 주택담보대출을, 0~2%면 공유형 모기지 대출(손익형·수익형)을 받아 집을 장만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가 주거비용이 가장 적게 든다.

이는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이 매매가격 3억원, 전셋값 2억원(전세가율 67%)인 아파트에 자기자본 1억5000만원(집값의 50%)을 들여 거주할 경우 대출이자·세금·이사비용·중개수수료·기회비용·매각수익 같은 주거비용을 따져본 결과다. 이에 따르면 10년간 집값이 연평균 3% 오르면 담보대출(1592만원)을 받았을 때 쓰는 주거비용이 전세(6708만원)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월세일 때는 매입했을 때보다 8배 많은 1억309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집값이 2% 올라도 집을 사는 것이 나은 것으로 조사됐다. 담보대출보다 공유형 대출로 집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수익형 대출을 받아 집을 샀을 때 10년 동안 주거비용으로 3889만원을 쓴다. 담보대출을 받으면 4373만원을, 전세를 살면 6708만원이 각각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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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변동이 없어도 집을 사는 것이 전세보다 주거비용을 아낄 수 있다. 10년 후 집값이 현재 수준이라도 수익형 대출로 집을 사면 6702만원을 쓰지만 전세는 6708만원이 든다. 담보대출을 받았다면 주거비용으로 9332만원을, 월세는 1억3095만원을 각각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연평균 2.98%,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13%다. 김성진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집값이 떨어지지만 않으면 전세보다 집을 사는 것이 유리해 실수요라면 내 집 마련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가 집을 사는 것보다 낫다. 10년간 집값이 연평균 2% 떨어지면 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샀을 때 쓰는 비용(1억3462만원)이 전세(6708만원)의 두 배다.

 집값이 상승하면 담보대출 금리가 거의 최고 수준인 연 6%까지 올라도 집을 사는 것이 비용이 덜 든다. 집값이 3% 오를 경우 연 4.5~6%로 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10년간 3347만~7137만원을 지출한다. 전세를 살면 8082만~1억1027만원이 필요해 매입했을 때보다 36~59% 비용을 더 써야 한다. 금리가 연 4% 이하일 때는 주거비용이 최고 5배 차이 난다.

 반면 집값이 떨어질 경우 금리가 3%로 내려도 전세가 유리하다. 홍석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장은 “일반적으로 전세가 집을 살 때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인식이 강한데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되레 집을 사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개인의 신용 등에 따라 주거비용이 달라질 수 있어 실제 비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공유형 모기지 대출=정부가 지난해 8월 28일 내놓은 초저금리 대출 상품. 연 1~2%의 금리로 집값의 최대 40~70%를 빌려준다. 집을 팔 때 생긴 차익이나 손익을 집주인과 정부가 공유하는 방식이다. 손익형과 수익형 두 가지가 있다.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최근 5년)여야 한다. 주택 크기는 전용 85㎡ 이하 중소형이며 6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대출한도는 2억원. 최근 기존주택·미분양뿐 아니라 신규 아파트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1만5000가구 선착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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