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한 토지 등급의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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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동산과표의 토지 등급이 7월부터 크게 올랐다.
이에따라 토지에 대한 각종 국세·지방세도 모두 오르게 되었다.
물가·요금·각종 수수료와 다른 세금도 모두 오르는 판이니 토지관계 세금인들 빠질수야 없을 것이다.
경제개발이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국민재산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면 그만큼 더 세금을 내야한다는 명분이야 어쩔 수 없겠다. 그리고 지역개발의 혜택이 직접 주민의 혜택으로 귀결될 수 있는 연관성이 가장 높은 부문이 바로 토지이므로 해마다 과표도 올리고 등급도 조정하는데는 원칙적으로 이의를 달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특히 국민재산에 대한 과세는 다른 세금과 마찬가지로 당해 재산가치의 변화를 엄밀하게 평가하지 않고서는 자칫 응능부담의 원칙이 흔들릴 소지가 가장 많은 부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 토지관계 세금의 부과기준이 되는 부동산 과세 표준액의 결정권이 국세청에서 내무부로 이양되었을 때 우리는 보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운영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연초부터 지방세 체계의 개혁을 내걸고 잇달아 추진되어온 내무부의 세정방향은 한마디로 좀 지나치다 할이만큼 증세일변도였다는 중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진작부터 국세에 비해 지방세법의 운영이 허술하고 공정성이 결여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는데 개혁을 내세우는 과정에서도 불합리와 모순이 온존된 채 일방적인 증세와 행정편의 위주로 운영되고 있음은 크게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번의 등급조정만 해도 당초에는 땅값 변동과 연결시킨 조정율을 적용키로 했던 것을 막상 땅값이 크게 안오르자 그 대신 토지 등급을 올렸다는 것이다. 땅값 변동이 적었다면 그만큼 주민 재산 가치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그에 대한 세금도 크게 늘릴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 아니겠는가.
개발의 혜택과 관련하여 부득이 등급을 조정한다면 최소한 당초의 과표조정율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한 지방자치 단체들이 다투어 등급을 올리면서 기왕의 조정율을 무시하고 대폭적인 인상만을 능사로 삼고 있을 뿐 아니라 심한 경우에는 조정율이 적용되지 않던 지역의 토지까지도 마구 등급을 올린다하니 도대체 말이 안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이 같은 분별없는 증세주의는 내무부가 엄격히 제동을 걸어 주민의 과격한 부담증가를 막아야 한다.
중앙·지방 재정의 어려운 사정 때문에 다소의 재수 확대가 불가피한 점은 인정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합리성의 바탕 위에서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개혁에서 사치성 비생산적 재산이나 토지에 대해 중과한다는 이른바 공평·응능의 원칙이 상당한 진전을 보인 점은 높이 평가될 수 있었다. 그리고 토지관계 세금이 급격한 경제개발과 밀접히 연결되지 못했던 부분도 적지 않았음은 물론 인정된다.
그렇다해도 급격한 등급인상과 주민의 부담능력을 거의 무시한 획일적인 집행은 많은 부작용과 고통을 수반할 것이다.
한은 조사로는 아직도 국민재산의 90%가 토지·가옥 등 실물자산이 차지하고 있음에 비추어 영세가구의 부담 증가는 매우 힘에 겨울 것임을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더우기 지방세 부담만도 지난해 보다 53%나 늘어난데다 연초의 과표인상, 하반기의 방위세부담 증가까지 고려할 때 저소득층의 세금압박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의 등급조정에서 나타난 불합리나 과중한 인상은 상급기관이 적절히 조정하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납세자를 위해서는 국세심판소와 같은 성질의 지방세 심판기구를 조속히 설치하는 것도 시급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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