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보다 박인비가 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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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중국 하이난 미션힐스골프장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골프장에 빗방울을 머금은 검은 구름이 몰려 왔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6·KB금융그룹·사진)와 맞대결한 2위 수잔 페테르센(33·노르웨이)의 마음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페테르센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박인비에게 역전승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사이 세계랭킹 1위가 된 박인비는 비바람에도 꿈쩍하지 않고 페테르센을 압박했다. 근육질의 ‘터미네이터’도 ‘침묵의 암살자’ 앞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3월 8일자 20면 )에서 “1인자가 될 충분한 준비가 됐다”고 큰소리쳤던 페테르센은 정작 1인자 앞에서 위축됐다. 3라운드까지 이글 1개와 버디 18개, 보기 2개로 18언더파. 그러나 최종 라운드에서 샷도, 퍼트도 흔들려 1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가 ‘하이난의 결투’에서 2위 페테르센에게 5타 차로 완승했다. 박인비는 마지막 날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타를 줄여 최종 합계 24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올 시즌 세 번의 대결에서 2위(혼다 타일랜드)-공동 4위(HSBC 위민스)-1위를 기록해 10위-공동 4위-2위를 한 페테르센에게 우위를 점했다.

 박인비는 여유가 있었다. 공동 선두로 출발해 초반부터 기선을 잡았다. 1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30㎝에 붙여 버디를 했고, 2번 홀(파5)에서도 투 온, 투 퍼트로 버디를 잡았다. 3번 홀(파4)에서 3퍼트로 첫 보기가 나왔지만 5·6번 홀 연속 버디로 여유 있게 앞서 나갔다. 10번 홀 티샷 실수로 보기를 해 1타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을 뿐 이어진 11번 홀(파4)과 12번 홀(파5) 연속 버디로 다시 달아났다.

 박인비는 “나는 초반에 게임이 잘 풀렸지만 페테르센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해 페테르센에게 당한 역전패의 아쉬움을 털게 돼 기쁘다”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아니지만 시즌 초반 우승해 기분이 좋다. LPGA 투어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5위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은 16언더파 3위에 올랐다.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는 호주 교포 이민지(18)는 15언더파 공동 4위를 차지해 ‘베스트 아마추어’상을 받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겨냥해 만들어진 단체전에서는 박인비와 유소연이 짝을 이룬 세계 최강 한국(40언더파)이 2위 중국(12언더파)을 무려 28타 차로 누르고 2년 연속 우승했다.

하이난(중국)=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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