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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수상의 시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인도에서 남자에게 부과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벌은 권력의 자리에 앉히는 일이다.』
이것은「네루」가 즐겨 말하던 명언 중의 하나다.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어느 기자 질문에「간디」수상은 자기는 남자가 아니라고 답변하고 넘긴 적이 있다.
그러나「간디」수상은 그저 여자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녀는 10대에 이미『원숭이 여단』이라는 소년·소녀 대를 조직하여 독립운동에 앞장 나섰었다.
가정에서도 그녀는 남자이상이었다.
「옥스퍼드」대학 유학 중에 그녀는 연애하던「페로즈·간디」와 결혼하여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다. 그러나 정치활동과 가정생활이 양립되지 않는다 하여 남편과 별거하기까지 한 그녀였다.
지난 64년에 아버지「네루」가 죽고 새 내각이 성립되었을 때 그녀는 공보 상이 되었다. 이때의 신문 평들은『노부인들이 모인 내각에서 유일한 남성 각 원』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실제로드 그녀는 남자이상이다. 언젠가 그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감추고 싶어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라. 뭣 인가를 숨기려는 욕심은 공포를 낳게 한다. 그리고 공포를 품은 것처럼 나쁜 것은 없다. 용감하여라, 그러면 사람들은 따르게 마련이다. 이런 아버지의 충고를 나는 따르고 있지요.』
그렇다고 그녀는 스스로 영웅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실제에 있어서나 소설의 세계에서나 나는 영웅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영웅은 더욱 견디지 못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그녀가 영웅 지향적으로 보이는 것은 어쩌면 오늘의 인도에 너무 인물들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또「스위스」와 영국에서 교육받은 그녀가 인도사람들의 눈에는 너무 현실주의적이고 합리주의적으로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묘한「카리스마」가 있는 모양이다. 그녀는 매일아침 수상관저의 뜰 앞에 진정하러 몰려드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녀에게는 통역이 따라야 한다. 민중의 13가지 방언을 그녀는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답변도 간단하다.『선처하도록 할 테니 나룰 믿으시오.』이 말만으로도 사람들은 만족하고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 커다란 시련을 겪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그녀의 한평생에 걸친 정치생활을 통해 가장 어려운 고비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어떻게 여장부가 헤어 나갈지 볼만할 것이 틀림없다.『아버지께서는 늘 인도에선 모든 남자, 모든 어린이가 모두 문젯거리라고 말씀하셨었다. 그러니까 내게는 5억6천 가지의 문젯거리가 있는 셈이지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 그녀는 오늘의 시련도 그리 대단한 것이 못된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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