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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기배들의 일망타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모세」가 십계명 중에서 도둑질을 경고하고, 불가에서「불투도」의 계율을 강조한 것을 보면 도둑은 오랜 옛날부터 근절되기 어려운 하나의 사회악으로 간주돼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계율이 설교되고 있을 당시만 하더라도 도둑은『사회의 집합감정을 침해하는 행위』 이상의 것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오늘날에 와서는 그것이 다수의 일반시민 생활을 일상적으로 위협하는 현실적인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 23개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수만 명의 도둑 말고도 현재 도둑행각을 벌이고 있는 조직·비 조직의 도둑(강도제외)이 무려 1만7천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기승을 펴는 도둑들의 행패와 위협 앞에 선량한 시민들은 일종의 도둑「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철제대문에 쇠 비장과 자물쇠를 채우고 높은 담 위에 유리조각과 가시덩굴을 두르고 창문마다 쇠창살을 단 도시의 가옥구조가 그 사정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까닭에 최근 검찰당국이 전국 23개 소매치기 단의 계보를 밝혀 내고 15년간이나 장물총책을 해 오던 두목 2명을 검거함과 아울러 이 범죄조직의 후견인 역할을 해 온 경찰관 5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수십 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을 때 시민들은 쌍수를 들고 이를 지지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검찰은 또다시 전국을 무대로 한 대규모 치기단 4개 파의 계보와 명단을 확인, 이중 4년간 4천만 원어치의 금품을 들치기 해 온 2개 파 두목을 검거하고 10여 명을 수배했다고 한다.
우리는 검찰의 이 같은 적극적인 소매치기·들치기 수사에 큰 성원을 보내면서 이번 소탕 령을 계기로 도둑 없는 밝고 명랑한 사회가 이룩되기를 소망하는 마음 더욱 간절하다.
그런데 지금 모든 국민이 궁금해하는 바는 소매치기 계보가 밝혀지고 이들에 대한 소탕 령이 내렸는데도 본격적인 경찰의 소탕작전은 전개되지 않고 있는 듯하고, 다만 소매치기들과 접선·결탁한 혐의로 몇몇 경관만이 구속된 사실이다.
이는 도둑 잡는 것이 그 존재의 제 일주의적 사명인 경찰로서는 극히 소극적이요 미온적인 수사태도라는 인상을 씻기 어렵다.
우리가 바라는 바는 경찰이 더욱 분발하여 이번 기회에 소매치기·들치기 조직을 완전 소탕함으로써 손상된 경찰의 위신과「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소매치기와 불미스런 관계를 가진 극소수 비위경찰관에 의해 빚어진 국민의 의혹을 풀 수 있고, 전 경찰의 명예와 신뢰감을 되찾을 뿐 아니라 서정쇄신 작업에도 부응하는 길이 될 것이다. 비록 극소수일망정 경찰관이 소매치기와 「검은 관계」를 맺게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겠는데 그 첫째는 경찰의 업무량의 과다와 둘째는 비현실적인 수사활동비 문제 등 이라 하겠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검찰이 보다 철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여 경찰수사의 미비점을 보완함으로써 수사주체로서의 자세를 확립하여야 할 것이며, 아울러 경찰 수사 비를 현실화하는데 획기적인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경찰로서는 사기가 저하되거나 위축됨이 없이 검찰수사를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지양, 비록 소수이긴 하나 전체경찰의 명예를 오욕 케 한 이번의 부조리 요인을 말끔히 씻고 품위 있는 경찰 상을 확립하는데 더한층 노력해 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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