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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메커니즘」의 붕괴|위기의 본질과 그 처방책|리처드·N·쿠퍼<미 예일대학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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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재의 세계경제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처방 할 것인가에 대해선 논의가 많다. 미「예일」대학의「리처드·N·쿠퍼」교수는「체제적 불확실성」이란 특이한 진단을 하고 있다. 「쿠퍼」교수는「런던」대학에서 석사를,「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때 「케네디」대통령 경제자문위 고급직원·국방성 국제통화문제 담당 차관보를 지낸바 있고 66년이래「예일」대학 교수로 있다. <편집자 주>
세계경제는 이정표를 잃어 버렸다. 현재의 세계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국제간 및 국내의 경제행동을 규정하고 있는 조약이나 협정·법률·관습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데서 근원적으로 유래한다. 그 안에서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틀(골격)을 제공하는「룰」이나 조 약자 체가 붕괴되고 불신 받는 것이다. 이른바 체제적 불확실성이다.
30년대 대공황이후 세계경제는 몇 차례의 경기 기복을 겪어 왔지만 현재와 같이 체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근본적인 위기에 부닥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체제적 불확실성을 정확히 이해함이 없이 오늘날의 세계경제 위기를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먼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4개의 부문과 그 원인을 살펴보자.
체제적 불확실성의 첫째는 통화문제이다. 국가간의 금융관계를 지배하는 공식「룰」을 정한「브레튼우즈」협정은 이제 이미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에 대신할 새 체제는 탄생하지 않았다·
현재는 어떠한 통화체제도 존재하지 않고 있다. 오직 잠정 합의뿐이다. 기본적인 통화개혁 교섭은 정체상태에 있으며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현재의 국제금융거래를 지탱하는 것은 확실한「시스템」이 아니고 일련의 관행과 거기에 바 탕한 합의뿐이다.
국제통상문제는 평화조약으로서가 아니라 일종의 휴전협정으로 겨우 소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국제통상 분야도 문제다. 각국간 통상에 관한 공식헌장인「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은 이미 크게 부식되었다.「가트」는 기능마비 상태인 것이다.
셋째, 해양법의 분야도 미 확정 상태다. 과거 2세기동안 통용 되어 온 해양의 이용에 관한 관행은 붕괴되고 선박항행·어로·해저자원 개발 등 여러 활동분야가 위협 받고 있다.
네째의 분야는 세계「인플레」다. 최근의 세계「인플레」는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대폭적인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사태이며 종래의 기성관행을 붕괴시킨다.
세계적「인플레」에 의해 명목 치로서 표시되는 국내의 관행이나 협약을 무의미하게 하는 것이다. 일반의 상거래나 산업활동의 골격을 형성하고 있는 법률이나 조약은 과거 몇 년간의 급격한「인플레」에 의해 부적절한 것이 되었고 그렇다고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것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체제적 불확실성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기술의 진보나 시장확대에 의해 기존 규칙이나 협정이 만들어 졌을 때 상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자본이동의 급증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 저개발국의 대두,「인플레」나 경기후퇴 등도 한 원인이 된다.
오늘날의 세계불황은 정책불황의 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각국이 갈피를 못 잡고 정책의 적기를 놓쳤기 때문에 사태가 더욱 심각해졌다.
각국의 무분별한 통화정책은「인플레」를 유발 시켰고 또 이를 수습하기 위한 긴축강행은 경기후퇴를 가속시켰다. 여기에 석유가 인상이 가세되었다.
지금도 석유가 인상의 영향을 과소평가 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개 경제예측「모델」은 교역조건의 변화를 감안하지 않는다. 과거와 같이「인플레」가 미미했을 땐 몰라도 오늘날과 같이「인플레」의 폭이 크면 교역조건의 악화는 실질소득과 소비지출의「패턴」을 변모시킨다. 이를 간과하기 때문에 경제예측이 빗나가는 것이다.
과거엔 물가장승이 일시적인 것이었으나 지금은 계속적이다. 많은 나라에서 이자배당 등 요소소득은 물가에「슬라이드」되어 있으므로 여기에 노조세력의 강화까지 겹쳐 임금·물가의 악 순환적 상승이 일어나는 것이다.
현재의 계속적「인플레·무드」가 짧은 시일 안에 수속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모든 조약·법률·규칙·세제·금리관계법은 다시 새 시대에 맞는 것이 형성되지 않으면 안되고 경제정책의 운영도 이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러한 체제적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우선 무엇보다도 장기적 안목에 입각한 선진국간의 협조체제 강화와 인근궁핍화의 강도를 줄일 수 있는 세계경기의 회복 노력이 필요하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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