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군복|김정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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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신의 군복에서
새들이 우짖는다
빨강 노랑 장미가 피고
아늑한 저녁 종소리가 난다
산맥이 뻗어 가고 바다가 넘친다
해가 뜨고 달이 진다.
당신의 군복에
내가 던져져서
바람을 막고
비를 막고
총탄을 막으리라.
6월 아침
아카시아 그늘에서
흙을 털고
아픔을 털어 내며
나는 구겨진 군복을
다림질한다.

<시>
시가 쓰고 싶을 때 나는 언제나 경건하고 진실해진다. 그러므로 나의 시는 거울같이 맑게 일상 생활을 비추어 준다.
1주일에 한번씩 전방을 오르내리며 푸른 군복에 싸인 그이를 만난다. 그 군복은 나를 온통 설레게 하는 사랑이며 숲이며 조국이고 야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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