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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인 상속 너무 불리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현행가족법 중 재산상속법이 남녀를 완연히 차별하고 있다는 것은 법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11일자 본지5면의 「여성상담실」은 아버지가 사망했을 경우 어머니와 딸은 아들의 2분의1밖에 재산을 상속하지 못한다는 불평등한 상속법을 취급했었다. 이 기사를 읽고 법학자 김주수 교수(성대법대)는 남편의 재산은 아내가 함께 모은 것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상속분이 아들 몫보다 적어서는 모권이 침해받는다는 내용의 다음 글을 기고해왔다. <편집자주>
현행민법의 상속제도는 호주상속제도와 재산상속제도의 두 갈래로 되어있다. 호주상속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는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
결론부터 말해둔다면 이것은 호주제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호주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으로서 호주상속이란 생각할 여지조차 없기 때문이다.
재산상속제도의 불합리성은 주로 그 상속순위와 상속분(몫) 및 상속인의 범위에 관한 규정에서 나타나있다.
특히 상속분의 규정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남녀간에, 부부간에, 그리고 같은 호적 안에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차별을 인정함으로써 모든 사람은 평등이라는 근대성의 기본원리에 대하여 이단적인 존재로 되어있다. 특히 유처의 상속분이 아들 것의 2분의1이라는 규정은 모권을 약화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상속분의 차별은 외국의 입법에서는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현행상속제>
우리나라민법은 과거에는 자녀가 없을 때에 한하여 유처가 그 종신에 한하여 죽은 남편의 유산을 상속하였었고 사후 양자의 선정으로 남편의 가계를 계승하는 양자에게로 그 재산은 계승되었었다.
현행법은 이와 같은 과거제도와 달라 처에게도 재산상속권을 주고있다. 즉 처가 사망하면 남편은 그 직계비속(아들·딸)과 같은 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직계비속이 없는 경우에는 곧 단독상속인이 되는데 반하여 남편이 사망한 때에는 처는 그 직계비속과 같은 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나 그 직계존속(시부모)이 있을 때에는 그 직계존속과 공동상속하며 그 직계존속이 없는 경우에야 비로소 단독상속인이 된다.
직계비속은 공동상속을 하지만 그 가운데서 호주상속을 하는 사람(주로 장남)에 대해서는 원래의 상속분에 5할을 가산하도록 되어있다.
여자의 상속분은 남자 몫의 2분의1로 되어있으며 같은 호적 안에 있지 않을 때(예컨대 결혼한 경우)에는 그 몫은 남자의 몫의 4분의1로 떨어진다. 다만 처가 남편의 직계존속과 공동상속을 하는 때에는 남자 몫과 동일하게 된다.

<입법론>
배우자의 상속순위에서 부부간에 차별이 있는 것은 남편이 사망한 후 처가 친가로 복적하거나 재혼하는 경우에 상속으로 취득한 재산을 갖고 가는 것을 되도록이면 막자는 가산제도관에서 온 것이거나 아니면 의식적으로 부부사이에 차별을 하자는 것에서 온 것이다.
따라서 이 규정은 부부사이에 차별 없이 배우자가 사망하면 생존배우자는 직계비속과 같은 순위로 공동상속하고, 직계비속이 없는 경우에는 그 직계존속과 같은 순위로 공동상속하며, 직계존속도 없는 경우에는 단독상속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호주상속인에게 그 원래의 상속분에 5할을 가산하는 규정은 호주상속제가 폐지되는 것을 전제로 당연히 삭제되어야한다.
남녀사이에 상속분의 차이를 둔 규정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조시대부터 현행가족법 실시이전까지 우리나라 관습이 자녀간에 균분상속을 인정한 것에 비추어 볼 때, 이 규정은 마땅히 균분상속주의로 바뀌어야 한다.
같은 호적 안에 있지 않은 여자의 상속분을 남자 몫의 4분의1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출가한 여자」의 비극적 처지를 법률에 옮겨 놓은 것이다. (결혼할 때 갖고 간 혼수감이 상속분에 재산됨을 알아주기 바란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같은 호적 안에 있느냐의 여부를 표준으로 하는데 지나지 않으므로 결국은 여자가 분가하거나 타가에 입양하는 경우에도 다른 호적에 있는 것으로 되어 상속분이 남자 몫의 4분의1로 줄어드는 것을 생각하면 그 부당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차별은 합리적 근거가 없으므로 마땅히 제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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