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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자금 숨통 트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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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영난에 몰린 신용카드사들의 자금 사정이 조금씩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산관리공사(KAMCO)가 5조원 규모의 신용카드사 부실 채권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카드채 신규 발행도 보름 만에 재개된다.

자산관리공사는 정부의 신용카드사 대책에 따라 카드사의 부실 채권 중 카드사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힘들 것으로 추정되는 50% 정도를 매입해 주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들의 부실 채권은 총 10조9천억원 정도로 파악됐다"면서 "이 중 5조원 정도를 인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입률은 최소 13%에서 최대 22% 정도가 적용될 예정이다. 따라서 5조원어치의 부실 채권을 인수하기 위해 실제 6천5백억~1조1천억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는 부실 채권 매입을 위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3천6백여억원의 현금과 아시아개발은행(ADB).세계은행의 자금 4억4백만달러(약 4천8백억원)를 사용할 계획이다. 부족한 자금은 차입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감독원과 카드 업계에 따르면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 이후 전면 중단됐던 카드채 신규 발행이 이르면 24일 재개된다.

삼성카드는 7백억원 규모의 카드채를 24일 발행할 예정이며, LG카드와 국민카드도 수백억원 단위의 카드채 발행을 위해 인수처를 물색하고 있다.

삼성의 카드채는 1년 만기 5백억원과 2년 만기 2백억원으로 정보통신부와 농협이 각각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 금리는 1년짜리가 연 6.8%, 2년짜리는 연 7.1% 수준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 이전인 지난 11일 3년 만기 카드채를 연 5.55%에 발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조건이 나쁘지만, 마비됐던 발행 창구가 뚫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신사들이 카드채 편입 펀드 중 기관투자가와 법인들 보유분에 대해선 여전히 환매에 응하지 못하는 등 카드채 시장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채는 4월에만 1조원 이상 만기 물량이 쏟아진다. 카드사들의 연체율도 더 올라가 국민카드의 경우 2월 말 현재 연체율은 전월보다 0.85%포인트 높아진 14.47%로 15%대에 육박했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감원은 적기시정조치(부실 우려 금융기관 지정)를 엄격히 적용해 자구노력을 게을리 한 카드사들은 시장에서 자동 퇴출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광기.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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