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크고 기업의 사회적인 공헌도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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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부조리가 최근 갑자기 터지고 있다. 달러 불법거래·재산도피·원자재유용·세금포탈 등 갖가지 부당행위가 사직당국에 의해 적발되고 있다. 때문에 기업전반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기업이 상당히 위축감을 느끼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이런 기업부조리가 최근 들어 갑자기 생긴 것이며 기업을 매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들어본다.

<일부에 불과한 소행 전체의 인상을 흐려>박성상(한국은행 이사)
기업으로 번 돈을 올바로 쓰지 않고 방종한 생활에 낭비하는 일부기업이나 기업인을 다스리는데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기업이라는 것은 생산을 담당하고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말하자면 국력배양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극히 일부에 불과한 사람들의 소행을 가지고 전체기업이 다 그렇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되고 기업하는 사람들을 위축시켜서도 안될 것이다.

<일부기업인 범법 법의제재는 당연>최태섭(한국유리 사장)
최근 보도된 바와 같이 일부소수기업인들의 탈세·외화유출 등 범법사례가 드러나 법의 제재를 받게된 것은 한편 유감스럽지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매스컴 등을 통해 과장 보도됨으로써 혹시 전체기업인이 그런 것처럼 오해되거나 기업인과 국민사이에 어떤 간격이 조장돼서는 안되겠다.
일반국민이 기업에 대해 불신감을 갖게된다면 성실한 기업인들까지 사업의욕이 위축될 염려도 없지 않다.

<돈만 벌면 된다는 기업풍토 시정을>변공수(투자금융 부사장)
기업은 기업활동을 통해 부단히 확대재생산을 계속해가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기업의 돈을 잘못 쓰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돈만 벌면 모든 것이 다되고 기업가정신이 무시되는 풍조는 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부조리가 횡행하게 된 것은 경쟁체제가 정비 안돼 특혜의 소지가 많았다는 점에도 큰 원인이 있는 만큼 기업환경의 정화도 기업인의 자각만큼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과장 안되게 매스컴도 신중을>나익진(동아무역 사장)
그동안 다스릴 법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많이 튀어나오는 것은 지금까지 모르고있었다는 얘긴지 아니면 알고도 봐줬다는 것인지 모호한 면이 없지 않다.
일부기업이나 기업인이 부조리를 범했다해서 기업전체에 불명예를 뒤집어씌우는 일을 없어야한다.
단순한 혐의마저 사실을 과장하는 것은 대외적으로도 기업신용을 추락시켜 불이익을 가져오고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좋지 않기 때문에 다스리는 정부는 조용히 진행해야하고 특히 언론에서는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다.
또 외환관리 제도면에서도 불합리가 있어 가족의 치료비마저 변칙적으로 조달해야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잇단 부정보도로 불안한 생각 든다>이정숙(여성단체협의회 이사)
전에는 신문이 부정을 알고도 보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불평도 했지만 이제는 그만해줬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고 불안해진다.
기업인들이 모두 자기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신감까지 생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극히 일부의 소행으로 전체를 불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며 특히 총화단결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현싯점에서 기업과 국민을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빚어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한다.

<누적되어온 부조리 모두가 책임 느껴야>최호진(연세대 교수)
최근 들어 기업부조리가 집중적으로 적발되는 것 같지만 이러한 부조리가 최근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벌써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것이며 또 국민들도 대개 짐작을 하고있던 것들이다.
기업부조리가 오랫동안 누적될 수 있었는데는 정부·기업인·금융기관·국민이 다같이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모두가 기업만의 잘못이며 모든 기업이 다 그런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인 것 같다.
좋건 싫건 기업이 자본주의경제의 핵심이란 것을 명심하고 선의의 피해는 없어야겠다.

<자본주의경제라도 기업윤리는 있어야>조익순(고대 교수)
기업은 아무리 자본주의경제라지만 어떤 윤리의식을 가져야하며 특히 번 돈을 반사회적으로 써서는 안 된다. 과거의 기업풍토에 큰 잘못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기업이 이제까지 경제개발의 선도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수 없으므로 선의의 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배려를 해야할 것이다. 창의적인 기업가정신은 계속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