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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체제 선결돼야 한다."|한반도 정세에 관한 「갈로아」장군(불 전략문제 연구가)<본사 주섭일 주불특파원 단독회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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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랑스」의 핵 전략 전문가 「피에르·갈로아」장군은 미국의 고립주의가 계속되면 한국의 장래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하고 현재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희박하나 타국에 국방을 의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 68년도의「드골」식 방위정책 채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음은「갈로아」장군과 본사「파리」주재 주섭일 특파원과의 회견기사다.

<미군 해외주둔 종결바라>
문=인지반도의 지도가 붉게 변했다. 이 사태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미·소·중공의 대 「아시아」전략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갈로아=미·소 두 나라는 전혀 다른 전략을 구현하고 있다. 「워싱턴」은「닉슨·독트린」 선언이후 2차 세계대전이래 유지해 왔던 미 대륙 밖의 미군 주둔정책에 종지부를 찍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이와는 정반대로 「모스크바」는 굉장히 신중하다고 표현할 전략인데 소련이 직접 나서지 않고 매개세력을 중계 삼아 인접지역에 그들의 영향력 강화를 기도하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소련의 확장권은 현재「유라시아」의 대부분, 지중해와 인도양까지 확대되고 있다. 소련의 기본전략은 점차 소멸하고 있는 미국의 세력권을 점진적으로 그들의 세력권으로 대치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후퇴와 소련의 조심스런 확장정책 간의 일종의 보완작용이라 볼 수 있다.
최근의 동남아사태는 비록 그 실천과정에 사소한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68∼69년에 발표되었던「닉슨·독트린」을 재확인한다는 미국의 대외정책의 결과라는 것이 나의 견해다. 다시 말하자면 미·소간의 대륙분배정책이며 즉 미국은 미 대륙에서, 소련은「유라시아」대륙에서 각기 영향권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문=그러면 이 같은 미·소의 기본전략은 한반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인가?
갈로아=물론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정책은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있듯이 후퇴와 확장을 변화무쌍하게 구사해 왔다. 내 견해로는 25년마다 주기적으로 후퇴와 팽창이 교차돼왔다. 지금의 미국의 후퇴정책은 언젠가 확장의욕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국내문제의 「다이내믹」한 면이 거세어지면 미국은 해외시장개척과 영향권의 확대 등 국외로 시선을 돌린다. 내 견해로는 67년 이후 지금까지는 계속 후퇴기간인 것이다. 미국의 이 후퇴정책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현재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우선 「아시아」에 있어서 동남아를 포기하고 일본·「필리핀」·「인도네시아」등 태평양상의 섬들만으로 구성된 일부 전략지점만을 확보하는 것으로 만족할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세울 수도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미국이「아시아」대륙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며 따라서 한국은 위기에 봉착할지도 모른다.

<드골 식 방위정책 바람직>
문=그렇다면 한반도문제는 어려운 전망으로 보이는데….
길로아=물론 비관적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물론 이와 반대로 미국은 동남아사태의 충격파로 인해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후퇴정책을 중단, 현상유지정책으로 나갈 것이라는 가설도 세워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의 이 현실 유지 선에 들어가 있는지 솔직이 말해서 단언하기 어렵다.
나는 이미 2년 전에 당신과 한 「인터뷰」에서 주의를 환기한바 있듯이 한국과 같은 나라가 자체방위문제를 외국에 의존한다는 생각은 위험천만인 것이다. 이를테면 유사시 태평양을 건너 멀리 떨어져있는 미국이 국내에 일어난 어떤 문제 때문에 갑자기 한국의 지원계획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경우를 생각해 볼 때 초래될 위험을 당연히 인식해야만 할 문제가 아닐까…. 상당히 상황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대외의존의 위험성을 인식, 68년도에 수립된 「드골」의 독자적 핵 방위 정책의 예는 한국도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문=인지가 공산화된 직후 김일성은 북경을 방문했다. 지금 제2의 인지 전이 한국에서 일어나리라는 얘기도 나오고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갈로아=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북괴가 무력으로 한국을 다시 침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미국이 최근 수년간 보여주기 시작한 약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북괴는 이를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해 모종의 사태를 돌발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소간의 빈번한 교섭, 즉 72년5월의「모스크바」회담, 작년11월의 「블라디보스토크」의 미·소 정상회담을 통해서 미국은 소련에 무력으로서의 세계 제1위를 양보했다는 점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은 비록 세계 제2위라고 하더라도 미 대륙 방어에는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닉슨·독트린」이 이미 증명해왔듯이 미국은 우선 그들의 번영만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문=모종의 사태라고 말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새로운 전쟁이 아닌가? 만일 이것이 전쟁과 다른 형태라면 어떤 것으로 말할 수 있겠는가? 정말 한반도에서 전쟁이 없겠는가? 있다면… 어떤 형태의 전쟁이 된다고 보는가?

<미 지원은 「액세서리」일뿐>
갈로아=당신이 예상하고 있는 남북한의 새로운 충돌은…오직 한국에 정치적 불안이 조성되어 국론의 통일을 보지 못하고 전투의욕이 저하될 경우에만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한국은 이미 전 국민이 단합되어있고 도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만약 북괴가 무력침공을 하더라도 용납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한국의 군사장비의 강화-이것은 굉장히 중요한데 1면으로 볼 때 이미 지적한대로 경제성장과 정치적 발전을 전제로 한다면 한국은 월남과는 달리 전적으로 미군에만 의존하고 있지 않고 독립성을 지니고 있음에 비추어 이를 정복해 보겠다는 것은 인지반도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삼키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고깃덩어리인 것이다.
그래도 충들이 야기된다는 가정을 세워보면 그 형태는 월남식 「게릴라」전과 재래전의 결합, 다시 말해 혼합형이 될 것이다. 이것이 나의 첫째관점이다.
이와는 반대로 만일 한국내의 정치불안이 점증됨으로써 반란세력이 생기고 이것이 무력을 구비할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이 반란무장세력은 정치·군사양면으로 행동을 전개할 것이나 소규모 「게릴라」전 이상으로 확대되기 힘들다. 북괴가 이 반란 세력에 무력지원을 하게되고 상당한 규모로 학대되어 나감으로써 한국이 곤경에 처한다는 가정을 세워볼 때 미국이 지원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비록 현재 후퇴주기에 있다고 하더라도 전략상 다양성을 갖고있기 때문에 한국을 포기하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진리는 미국에만 방위를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미국의 지원은 어디까지나 「액세서리」에 불과하다는 예상은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한나라가 전투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승리에 대한 확신이 서는 경우에만 타국이 방위지원에 응할 수 있는 것이며 만일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지원이 꼭 온다는 보장이 없으며 실질적으로 승산이 없는 지원은 사양할 것임이 명백하다.
문=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소의 군사지원은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보는가?
갈로아=소련의 대 북괴 무기공급은 오늘날이라고 해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지적한바 대로 소련은 중계세력에 의한 영향권 확대를 견지한다는 전략에 따라 북괴에 대해 현대무기를 계속 공급해 주고있다. 미국도 「닉슨·독트린」에 의해 직접 미군개입을 통한방위지원을 포기했다고 치더라도 한국에 대한 최신무기공급은 계속 될 수 있을 것이다. 미·소의 남북한 군사지원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73년10월의 중동전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당시 소련은 미국보다 빠른 시간에 각종 최신무기와 부속장비까지 「이집트」와 「시리아」에 공급했다.
반면 미국은 소련보다 1주일이나 늦게 대 「이스라엘」무기공급을 시작했을 뿐이다. 지난번 중동 전에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소련은 지원하기로 결정한 경우 승리를 위해서 철저히 지원하는 것이고 따라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모든 것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미국의 지원은 신속성이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무기장비 교체에도 소홀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한반도에서 만일의 사태가 돌발할 경우 한국은 최소한의 위돌 기간을 우선 자체보유무기와 장비로 침공에 대응해야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미 전략관점 변경 예측 못해>
문=월맹·중공과 맛 붙었던-「사이공」과 북괴·중공·소련과 맞서있는 서울사이에 미국의 전략·전술적 가치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판단되는가?
갈로아=미국에 있어서 두말할 것 없이 서울이 더 중요하다. 태평양상의 미국전략지점, 즉 일본·「필리핀」·「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가치로 판단할 때 일본의 인접지역이라는 이유로 한반도가 인지반도 보다는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한국의 이러한 지정학적·지리적 장점도 절대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앞으로 수개월 후에 또 수년 후에 미국의 전략적 관점 또는 태도가 여하히 바꾸어지게 될는지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마지막으로 앞으로 남은「아시아」의 과제는… 역시 미·소의「데탕트」밖에 기대할 수 없는가?
갈로아=앞으로도 당분간 「아시아」의 지도는 많이 바뀌게될 것으로 보인다. 월남과 「캄보디아」의 경우를 덮어두고라도 지금「라오스」가 공산진영으로 넘어갈 단계에 있다. 지금까지 그토록 성실했던 미국의 우방인 태국이 이제는 인접국가들의 공산화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고 심지어 미국군사기지의 철수까지도 요청하기에 이르고 있다. 바로 이것은 이 지역에 대한「도미노」이론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다. 비단 「아시아」뿐만 아니라 이제 앞으로의 세계는 분명한 동맹·적대관계를 지양하고 동서양진영간의 상호이해와 화해를 통한 공동번영을 추구해 나가는 것 밖에는 묘약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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