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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번영의 동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차 대전 이후 등장했던 세계의 분단국 중 월남은 20여 년만에 적화통일 되고 이제 독일과 한반도 둘만이 남았다.
그러나 민족분단이라는 같은 운명을 짊어지고 있으면서도 둘 사이에는 커다란 질적 차이가 발견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독일의 경우 동·서독이 세계의 정의광장인「유엔」에 나란히 가입했으며, 그들에게는 이미 관광명소 화 된「베를린」장벽은 있어도 땅굴이나 선전「팜플릿」을 나르는 고무풍선 따위는 없다.
우리는 이와 같은 질적 차이를 가져온 것이 이른바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서독의 눈부신 부흥덕분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 사실, 방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서독의「이니셔티브」가 아니었던들 동·서독의「데탕트」나 「유럽」에서의 해빙「무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3백5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제1의 외환보유고, 연간무역액 1천5백90억「달러」(74년도 현재)를 기록한 세계경제에의 기여도, 선진국「그룹」중「인플레」와 원유적자의 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해낸 저력이야말로 미·소가「오스트폴리티크」(동방정책)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참 이유였다.
바로 여기에 같은 운명을 부여받은 배달겨레에의 교훈이 담겨져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리고 폐허 위에서 불사조처럼 재기해낸 저들의 원동력이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다시 한번 곰곰 씹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착「타임」·「뉴스위크」지에 의하면 어떤 사람은 이 같은 서독부흥의 주춧돌이 「아데나워」「브란트」등 지도자들의 탁월한 역량 때문이었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혼연히 공장재건에 나섰던 근로자들의 희생적 근면정신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은 관방학을 낳았을 정도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관료들의 우수한 자질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장점은 우리 역시 갖고 있었다. 6·25의 전화를 최단시일 내에 아물게 했던 이 박사, 저 임금과 저 곡가의 주름살을 묵묵히 감내했던 근로자 및 농민, 그리고 높은 교육열에 힘입은 개화한 국민과 유능한 관료들을 우리도 골고루 갖추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서 지적한 질적 차이의 원인은 좀 더 다른데서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그것이 국민, 특히 지도층의 윤리적·도덕적 품성의 차이 때문에 빚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가 극력 추진하고 있는 서정쇄신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이다.
서독의 근로자와 기업가와 가정주부가 제각기 기쁜 마음으로 근검과 절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실상 이 같은 근검절약의 과실이 경직하게 자기에게 돌아온다고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이것은 사회정의에 대한 신뢰감이 일반화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제 점차 궤도에 오른 서정쇄신·부조리 제거작업이 국민들에게 「컨센서스」를 보장해줄 때,「라인」강이 아닌 한강의 기적은 이 땅에서도 이뤄질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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