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 압박, 늘어나는 해외 직구 … 국내 수입업체 제품 값 줄줄이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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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오는 5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 양모(34)씨는 최근 아마존 독일 사이트에서 유명 독일 브랜드의 고가 냄비와 전기오븐 같은 혼수품을 대량 구매했다. 양씨는 “그동안 옷이나 구두 같은 패션 제품만 미국 직구로 사봤었는데, 독일 주방용품도 직구로 사면 가격이 30% 이상 저렴해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유명 캠핑용품 스노우피크는 지난달 25일부터 대표 제품인 어메니티돔 텐트 가격을 15% 내리는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을 최대 26% 인하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에도 25개 제품 가격을 약 16% 낮춘 바 있다.

 해외 직구와 병행수입 열풍이 국내 유통지도를 바꾸고 있다. 독점수입업체의 과도한 마진을 피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제품을 찾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면서다. 독점수입업체 중 상당수가 신제품 가격을 내리는 등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미국 구두 브랜드 ‘나인웨스트’는 지난달부터 제품별로 가격을 20% 정도 내리기로 했다. 가격 인하 이후 평균 판매가는 15만∼18만원대다. 병행수입으로 들여올 때와 가격대가 비슷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권이 국내 업체가 아닌 홍콩에 본부를 둔 아시아 총판으로 넘어가면서 가격 인하 여력이 생겼다고는 하나, 다분히 병행수입이나 해외 직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 구두 브랜드 ‘찰스앤키스’도 이번 시즌 제품부터 가격을 15% 인하했다. 홍콩 직수입 신발 ‘스타카토’도 봄·여름 상품의 가격을 10% 내렸다. 가격 인하 바람은 아웃도어나 패션 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심지를 태울 때 소리가 나는 수입 향초 ‘우드윅’도 신제품 가격을 20% 이상 내려 판매하기로 했다.

 대형마트에서도 병행수입 바람이 거세다. 이마트가 지난해 11월 캐나다구스 패딩 800벌을 백화점에 비해 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하자 개점 두 시간 전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틀 만에 준비한 물량이 완판됐다.

 대표적인 ‘노세일’ 제품이었던 초콜릿도 병행수입 제품이 등장했다. 지난달 14일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롯데마트가 이탈리아 본사와 직접 계약해 병행수입으로 들여온 ‘페레로로쉐’ 초콜릿은 정상가보다 40% 싼 가격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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