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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은 인권이 바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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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한 YWCA연합회의 75년 전국회원대회가 4월29일 상오 10시 명동YWCA 대강당에서 전국 18개지부대표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막을 열었다. 「세계여성의 해」를 맞아 『한국여성의 인권』을 주제로 29, 30 양일간 계속될 이 대회는 『여성과 법률』 『여성과 경제』등 각종 강연과 공개토론을 통해 현 싯점에서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올바른 방향을 정립하기 위한 것.
첫날의 주제강연 『한국여성과 인권』을 통해 사회문제위원 이효재 교수(이대) 는 한국의 특수한 현실 속에서 여성이 스스로의 자각으로 권리를 되찾고 사회의 인권회복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을 강조했다. 이교수의 강연내용을 요약해본다.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는 인권문제가 법적 권리에 대한 의식 이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흔히 여성들은 인권에 대한 의식이 없다거나 둔하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이는 여성들이 순수한 모성애와 가족에의 현신적 사랑으로 자기자신을 가족과 일체화하여 독립된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인격적 개체로서의 의식에 둔강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나의 가정은 한 국가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이 되므로, 가족공동체를 안정, 유지시키는 여성특유의 모성적 소질·모성애야말로 그 국가사회의 어떤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정서적 바탕과 잠재능력이다.
여기에서 자녀나 가정을 위해 무조건의 희생만을 강요당하던 종래의 뜻과는 다른 새로운 모성애의 의미가 발견된다.
일단 자기에게 주어진 법적 권리를 찾아 누릴 수 있는 여건에서 자기 스스로 그것을 포기하고 희생하는 것은 그 개인만의 아름다운 정신일 수도 있으나 사회적으로 그것이 강요되는 현실에서는 여성의 자각에 의해 개혁에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추진해온 가족법개정문제는 이에 근거한 것이다.
대체로 우리 여성들에게는 서구에서처럼 오랜 여성운동의 투쟁을 통해서가 아니고 대한민국수립과 함께 참정권·교육권·노동권이 주어졌기 때문에 민권을 집단적으로 행사하려는 의식이 희박하다. 그러나 오늘날 생활주변에서 부닥치는 소비자보호와 직장여성 차별문제 등은 남녀 평등을 보장하는 근로기준법·소비자의 권익문제에 대한 여성의 관심을 요구하고있다.
또한 권력구조의 부당한 권력행사나 소수의 특권, 부를 위해 시민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이라면 한 시민으로서 여성의 인권만을 부르짖는 것은 무의미하게 되며 불의·부패로 인하여 민주시민이 억압당하고 생활의 기반과 자유가 유린되는 것을 방관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를 외면하는 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사회의 시급한 문제가 ▲국가안보와 반공 ▲물가고에 시달리는 서민생활보장 ▲사회정의를 위한 종교계·학계인사의 고통 ▲학생들이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의 분위기조성을 대표적으로 든다해도 이 모든 일이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사회를 이루는데 해결의 실마리가 있는 것이다.
지금은 공산세력의 확대 등 국제적으로 국내적으로 어려운 시기라고 한다. 그러나 인권이 억압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억눌리는 것이야말로 반공대세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우리여성들은 「인권문제」가 정치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해야 할 때다. 민권사상의 근본은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의 사상에서 비롯된다.
현실의 어려움을 모성적 지혜로 극복하려는 노력은 정치가의 야심 충족과는 다른 참다운 인권회복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여성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민주사회의 질서를 회복하는 일에 우리는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차미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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