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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장관 등 지도급 인사만 70여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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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른바 도피성 위장이민 행위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지난 1년 동안 MB여권(이민여권)으로 출국했던 일부 부유층 및 사회 저명인사들이 다시 입국해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보에 착안, 관계기관과 3개월에 걸친 면밀한 추적에서 그 실태를 벗겨 놓은 것.
현행 해외 이주법에 따르면 이민여권 소지자는 출국 후 1년 이내에 다시 입국치 못하도록 금지 규정을 두고 있는데「친지문병」등 갖가지 이유로「일시귀국」의 형식으로 입국, 종전과 같이 국내에서 사업을 계속하는 사례가 수사의 단서가 됐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은 특히 대내외적으로 어수선했던 작년에 이민신청이「피크」를 이뤘던 점에 착안, 작년 1년 동안의 이민「케이스」중 저명인사와 복수여권 소지자중 가족들이 해외에 있는 대상을 중점적으로 조사, 세 가지 유형의 위장이민 사례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첫째가 가족을 해외에 보내놓고 자신은 복수여권을 소지, 유사시에는 언제든지 이 나라를 떠날 수 있는 채비를 갖춘 형태로 이번에 검찰 수사에 적발된 사례가 그 전형적인 예, 둘째 국가의 정책으로 이민을 장려하고 있는 것을 악용, 간편한 절차로 자녀들을 해외에 유학 보내거나, 또는 단순한 여행을 하면서도 이민여권을 발급 받아 출국한 뒤 국내에 계속 생활 기반을 갖고있는 이른바「기회주의형」이민, 세째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뒤 가족들을 해외에 남겨놓아 자녀들의 병역문제 등 갖가지 의무를 면탈케 한 뒤 본인, 또는 가족 일부가 재 귀국해서 국내 재산을 운영하는「현실 도피형」이민 등이다.
관계기관이 지난 연말까지의 조사에서 밝혀 낸 대상은 전직 장관 K모씨, 사회단체의 강이었던 K모씨, 실업인 J모씨의 부인, 실업인 H모씨, 전 대학총장 P모씨 등 내노라하는 각계각층의 지도급 인사 70여명으로, 관련자의 명단은 고위층에 보고되었고 이들은 소지여권의 효력을 포기하든지 이민으로 출국토록 양자택일을 종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외국의 국적을 얻기 위해 1년에 한번씩 해외에 다녀 영주권을 지속시켜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와 관련하여 지난 1월4일부터 4월말까지 이미 발급된 총8천9백20장의 복수여권에 대한 유효확인 절차를 밟도록 했는데 이들 중 3천명 정도가 스스로 유효확인 절차를 밟지 않았으며 신청자 중 9백명 정도가 위장이민의 우려 등 이유로 당국에서 무효확인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여권발급 과정의 제도적인 모순과 불법을 적법한 것으로 묵인한 관계공무원들의 기강문체·관계법의 보완 등 개선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관계자에 따르면 이민여권 신청 때 반드시 따르기 마련인 재산조사를 둘러싸고 일선경찰관의 직무유기 등이 이 같은 탈법행위를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구속된 정금사 김문경씨의 강남 영중씨(34·74년 3월 가족 7명과 함께「캐나다」에 이민)의 신원 조사서에는「대지 2백평, 기타 재산 5천2백만원」으로 기재되었는데도 담당관인 치안국 정보과 소속 김신중 경위(구속 중)는 재산이 없는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몄고 이에 따라 보사부의 해외이주 허가 심사위원회(위원장 보사부장관과 각급 기관에서 파견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는「적법」판정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수사결과 위장이민의 절대다수가 심사기준상「국내 재산이 4천만원이 넘으면 이주불가」임을 알고 신원조사담당 경찰관과 결탁, 억대의 재산을「재산 없음」또는 수백만원 선으로 줄이거나 임갑용씨(구속·통일주최 국민회의 대의원)의 경우처럼 부인과 가족들을 보내기 위해 서류상으로 실제로는 동거하면서 합의 이혼, 부인의 재산을「무」로 만들어 놓은 뒤 이민절차를 밟은 유형이 있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해온 대검 특별수사부 김병만 부장검사는 지난 연초 재미유학생 중 일부가 2천여 편이나 되는 고급주택에 살며 최고급 차를 굴렸다하여 교포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킨 사실을 지적, 위장이민 사례에 따른 국내재산의 해외도피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현행 여권법 위반자에 대한 법정 최고형이「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이하의 벌금」으로 비교적 가벼운 것도 문제이지만 『관련자들의 행위는 법 이전의 도덕적면에서 철저하고도 단호한 응징을 받아야하며 도피재산의 실효성 있는 회수방법이 강구되어야한다』고 말했다.<정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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