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서 13년째 민간 외교 문윤미씨, 올해의 외교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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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제가 아니었어도 누구라도 같은 역할을 하며 자긍심을 느꼈을 겁니다.” ‘2013년 올해의 외교인상’을 받은 쿠바 호세마르티문화원 국제협력팀원 문윤미(42·사진)씨의 수상 소감이다. 문씨는 이어 “내가 돕는 문화 교류가 훗날 한국과 쿠바의 외교관계 수립에 작은 주춧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부 등록 비영리재단법인 영산재단(이사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은 지난달 28일 미수교국 쿠바에서 13년째 머물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온 문씨의 공로를 인정해 민간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문씨는 1990년대 후반 당시 근무 중이던 회사의 파나마지사에 파견됐을 때 다른 한국 기업 현지법인 관계자로부터 쿠바에서 일해보자는 제의를 받고 쿠바와 연을 맺게 됐다. 기업에서 근무하면서도 문씨는 한국 문화 전파에 열의를 쏟았다. 2004년부터 10년 동안 매년 열린 대전 오페라단과 쿠바 오페라단의 협연도 문씨가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2004년 국가보훈처가 쿠바의 독립운동가 고 임천택 선생의 유해 안장 사업을 추진할 때는 행정 지원은 물론, 임 선생 자손들의 한국행을 돕기도 했다.

 이를 눈여겨본 호세마르티문화원이 지난해 한국과의 문화 교류를 맡아 달라며 문씨를 채용했다. 이후 ‘내조의 여왕’ 등 한국 드라마 보급, 한-쿠바 문화 예술 축제(2013년)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교류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한국 대사관이 없는 쿠바에서 곤경에 처한 한국인 관광객을 돕는 등 사실상의 영사 역할도 해왔다.

 정부 부문에서는 한충희 외교부 문화외교국장이 수상했다. 그는 “개발도상국들에 한국의 공공 외교가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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