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외국기술 의존도 지나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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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 기업들이 여전히 지나치게 외국기술에 의존하고 있음이 밝혀져 정부의 기술개발 촉진정책의 재검토가 요청되고 있다.
전국 경제인연합회가 국내 1천6백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산업기술개발 동향」에 의하면 우리 나라 기술도입선은 업체의 63·1%가 일본으로 나타났으며, 중소기업의 경우는 응답기업 모두가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경우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업체가 56·5%로 으뜸을 차지하고 다음이 미국 22·2%, 세 번째가 서독으로 11·3%였다.
제조 업종별 기술도입선을 보면 기계 및 금속제품 공업의 경우 응답기업의 94·4%가, 제재 및 목제품은 1백%, 지류 및 인쇄출판업은 66·7%, 화학·고무·「플라스틱」공업은 62·3%, 음·식료품공업은 56·6%, 섬유공업은 61·2%가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하고 있어 우리 나라의 기술도입이 일본에만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도입기술의 내용과 「로열티」 지급규모를 보면 선진중핵기술보다는 일반적인 기술도입이 대부분이고 연 1천만원 이하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업체가 65·1%나 되고 연 1억원 이상은 기껏 3·2%에 지나지 않아 국내에서 얼마든지 개발 가능한 기술인데도 자질구레한 것까지 외국기술을 도입하려는 우리 나라 기업인들의 상업성을 노정하고 있다.
이 같은 외국기술 의존성은 기업들이 갖춘 사내기술관계기구나 기술개발연구비의 투입규모를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업체의 29%는 기술개발 및 연구의 가장 초보적인 실험실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어 61·1%가 겨우 실험실 정도 갖추고있는 한심한 실정이다.
기술개발연구비도 연 1억원 이상 투입되는 업체는 2·1%에 지나지 않고 73·7%가 연 1천만원 정도 투입하고 있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왜 국내기술을 외면하고 외국기술에만 전적으로 매달리려고 하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으나 대체로 기업인들이 연구개발에 따른 위험부담을 불안해하는데다가 아무리 돈을 들여서 기술을 개발해도 이에 대한 당국의 보호정책이 미지근하고 기술제휴라는 상업적인 선전효과가 지대하다는 계산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의 지나친 외국기술의존성을 탈피하고 국내기술개발에 대한 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행 기술개발촉진법의 현실적인 보완을 서두르고 과학기술예산의 확충과 국내 각 연구기관의 내실화를 정책적인 차원에서 이룩해야 할 것 같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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