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의지하라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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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의 월남사태에 대해 「뉴스위크」지는 영국의 저명한 군사문제 전문가 「로버트·톰슨」경과 회견을 가졌다. 「톰슨」경은 전후 「말레이지아」 공산「게릴라」작전을 성공시킨 장본인이며 「케네디」, 「존슨」, 「닉슨」 등 미국 대통령에게 월남전에 관해 자문해 왔다. 그는 최근 20번째 월남현지를 방문한 바 있다. <편집자 주>
―금년 초 월맹군의 대공세를 귀하는 놀랍게 생각하는가.
『아니다. 「파리」협정을 보면 월맹군에 안정된 기지와 「라오스」, 「크메르」를 통하는 보급통로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을 허용하고있다. 왜냐하면 협정규정은 월맹에 대해서는 준수를 강요할 수 없게 되어있다. 이는 곧 월맹군이 72년의 패배에서 입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2년의 여유를 가졌다.
그 다음 그들은 언제나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그들은 월남에서 정치적으로 승리할 가망이 없었기 때문에 공세를 취한다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73년의 「파리」평화조약은 실제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성격이었는가.
『B-52 폭격기의 「하노이」폭격이 있었던 72년 말로 거슬러 올라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바로 그 당시 미국은 전쟁을 이기고있었다. 그것은 완전히 B-52 폭격기의 활동 때문은 아니었다. 그것은 최후의 일격에 불과했다. 월맹은 무기가 거의 바닥났었다. 그들은 1천 2백 기의 「샘·미사일」을 발사, 남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들을 위협한 진정한 작전은 기뢰 부설이었다. 기뢰 부설이 중공에서 들여오는 무기와 탄약을 막은 때문이기보다 식량의 해상반입을 막았기 때문에 치명적이었다. 공산 측 소식통에 의하면 월맹은 연간 1백여 만 t의 식량이 필요하다.
월맹은 72년에 파국을 맞고 있었다. 바로 그때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가 의회에 그런 진상을 알려주고 폭격을 재개할 필요는 없지만 필요하면 재 폭격할 의도와 능력이 있다는 위협적인 자세만 보이면 된다는 점을 납득시켰으며 「키신저」는 실효 있는 휴전협정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최근 미국의 외교정책이란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로부터 시체더미를 버려 둔 채 철수하던 때와 같다고 말했는데 좀 가혹한 말이 아닌가.
『나는 지나친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를 철수하던 때보다 이미 더 많은 시체가 생겼다. 또 이 전쟁이 끝나기 전에 더 많은 시체가 생겨날 것이다.
이 전쟁의 종말은 사실상 미국의 항복과 함께 올 것이다. 그런 종말은 앞으로 10년 안에 있음직 하다고 본다.』
―왜 미국이 항복해야되는가. 미국 국민들 사이에 의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류층에서는 항상 그래왔던 것이다. 처음에는 의문을 품고 다음에는 죄의식을 느끼고, 결국에는 의지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풍요하고 사치스러운 사회에 살면서 조금도 울타리 밖을 내다보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이란 것을 모르고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면 사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상황의 개선은 월남인 자신만이 할 수 있다. 그들은 싸워야 할 것이다. 미국이 다시 개입한다는 건 불가능하지만 미국은 「티우」 정권이 싸울 수 있도록 장비와 탄약을 공급해 주어야한다. 이 전쟁에서 「티우」 정권이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패배의 원인이 미국의 배반에서 초래되었다는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모든 견해에 결론을 내린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월남전쟁의 교훈은 미국을 동맹국으로 의지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교훈을 전 세계의 다른 나라에서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상기해야 할 것은 비록 대중은 부정확한 정보를 가질 수 있지만 정책 결정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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