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은 「필립·앙뜨르몽」|손국임 <피아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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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서에서 다채로운 연주 활동으로 그들의 음악 세계를 들려주고 있는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직접 무대를 통해서나 또는 음반을 통해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 것은 사실이나 영롱한 음의 제전으로 자신을 마음껏 소개함으로써 우리의 뇌리에 깊숙이 떠나지 않는 예술가는 흔하지 않은 것 같다.
음악 예술의 표현은 냉철한 해석에 순 음악적인 아름다운 감각과 이론에 근거를 둔 몸의 움직임을 통해야 하는 삼위일체의 어려움이기 때문에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표현의 극치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연주 「스타일」로 볼 때 연주가 「타입」을 「테크닉」으로 또는 음악적 깊이에 그들의 예술을 어떻게 담고 있는가를 가름 하게 된다.
「프랑스」의 「피아니스트」「필립·앙뜨르몽」은 그「테크닉」에 있어 초인성을 띤 연주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971년 나는 「필립·앙뜨르몽」이 「파리」의 「콜론·오키스트러」와 협연하는 것을 들었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앙뜨르몽」은 과연 선천적인 기교로써 풍부한 「데크닉」의 세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청중들은 그의 등단을 초조히 기다렸는데 그의 밝고 박력 있는 「톤」이 첫 「코드」를 눌렀을 때 음악 회장은 이미 다른 세계가 돼 버렸다. 「앙뜨르몽」은 너무나 당당하게 화려한 「테크닉」을 자유 자재로 구사하며 청중을 압도해 나 갔다.
시종 여유 있는 연주 진행에 오히려 청중들이 숨가빠 했다. 연주가 끝나고 나서 꽉 메운 청중들의 열광적인 박수 속에 잠시 가슴 뻐근해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분명 그는 새시대의 「피아니스트」로서 까다로운 「파리」 시민뿐만 아니라 온 세계 사람들의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을만한 예술가임엔 틀림 없다.
「르·몽드」지가 「앙뜨르몽」을 가리켜 『「프랑스」의 「앙뜨르몽」이 아니고 세계의「앙뜨르몽」』이라고 일컬었음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그후 「앙뜨르몽」이 「프랑스」 청소년 음악 연맹이 주최하는 연주회에 자주 출연하여 「프로코피에프」「라벨」「리스트」를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해석으로 연주하는 것을 들었다. 진실로 개성 있는 연주들이었다.
이번 한국에서의 연구도 그 동안 줄기차게 발전해온 「앙트르몽」의 예술을 더욱 가깝게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서 기대한다. 오늘의 국제적 연주가로서 그의 말대로 『오늘보다 발전할 내일, 내일보다 더 나은 모레를 살겠다』는 그의 끊임없는 노력을 확신하기 때문에 특히 그의 「차이코프스키」에 많은 기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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