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미래 권력 만난 박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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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무함마드 UAE 아부다비 왕세제를 접견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UAE는 중동에서 유일하게 우리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다. [변선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2년차를 맞아 본격적인 중동외교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제(王世弟·왕위를 이어받을 왕의 동생)를 접견하고 만찬을 함께하며 양국의 실질협력 증진방안을 논의했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을 찾은 첫 중동지역 정상급 인사로 UAE의 실력자로 통한다. UAE의 대통령이자 아부다비 국왕인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의 이복동생으로 차기 왕위와 대통령직을 계승하게 되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 4만3000달러, 세계 8위 석유생산국인 UAE는 우리에게 중요한 외교 파트너다. 2009년 12월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UAE가 발주한 400억 달러(약 43조원) 규모의 원전 4기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등 한국과는 원전·에너지·건설·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동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우리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무함마드 왕세제가 27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신라금관을 보고 있다. [뉴시스]

 박 대통령은 접견에서 칼리파 국왕의 쾌유를 빈 뒤 “2009년 UAE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것을 계기로 두 나라 관계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게 됐고, 또 이제는 형제국가로 발전된 것에는 왕세제의 역할이 크다고 알고 있다”며 “원전 준공 이후 원전을 운영할 한국의 전문인력 파견 문제도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무함마드 왕세제는 “앞으로 더욱더 협력을 넓혀야 한다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전 건설 공사가 양국 협력의 가장 중요한 심벌(상징)일 뿐만 아니라 청년 인턴십, 청년 고용, 전문인력 배치 등 새로운 관계의 지평을 열었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또 28일 체결 예정인 ‘에너지 협력 양해각서(MOU)’를 통해 중동·아프리카·유럽 등 제3국으로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동북아오일허브사업(여수·울산)에 UAE 측의 참여 검토도 제안했고, 무함마드 왕세제는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창조경제와 ‘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에 대한 대화도 오갔다. 무함마드 왕세제가 주관하는 ‘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은 원유 수출로 부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UAE가 미래에 자원이 고갈되고 나서도 경제적 번영을 누리기 위해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한 걸 소개한 뒤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경제혁신 정책이 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과 서로 협력할 여지가 많을 것 같다”며 “미래 성장에 긴요한 신기술 및 혁신 분야를 협의할 수 있는 ‘과학기술공동위’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박 대통령이 언급한) 중소기업 간의 협력 방안도 창의적으로 모색해 나가자”고 했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한반도 상황과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에도 이해와 지지를 표명했다고 한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28일에는 정홍원 국무총리와 면담하고 양국 간 협정 등을 체결할 예정이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앞서 2006년 6월, 2010년 5월, 2012년 3월(서울 핵안보정상회의) 한국을 찾았다.

글=허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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