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가정이 사교육비 더 썼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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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잠원동에 사는 김민지(39)씨는 대기업 차장 남편을 둔 전업주부다. 초1·2인 두 아들은 1주에 두 번 학원에서 영어·수학을 배운다. 수영·축구·미술·한문도 주 1~3회씩 사설학원이나 학습지교사로부터 배운다. 이런 자녀의 사교육을 위해 김씨는 다달이 150만~200만원을 쓴다. 학원에 대한 정보는 주로 자녀들의 친구 어머니들에게 ‘귀동냥’을 한다. 김씨처럼 결혼·출산 전후 직장을 그만둔 전업주부들이다. 김씨는 “주변을 보면 직장맘보다 나 같은 전업주부들이 자녀에게 사교육을 더 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통계청·교육부가 발표한 ‘2013 사교육비·의식 조사’에 따르면 아버지가 홀로 부양하는 가정이 초·중·고 자녀 한 명에게 쓴 사교육비는 월평균 25만5000원이었다. 맞벌이 가구(25만2000원)보다 더 많았다. ‘맞벌이 가정에서 사교육을 더 시킬 것’이라는 통념과는 딴판이다. 전년도엔 맞벌이 가구(25만2000원)가 아버지 외벌이 가구(24만 7000원)보다 사교육비를 더 썼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남편이 부양하는 가정의 전업주부는 자녀 교육에 열성적이고, 그만큼 사교육 투자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 외벌이 가구엔 어머니가 취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덧붙였다. 이들 고소득 가구의 전업주부가 사교육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전업주부는 사교육 정보도 풍부하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 ‘열성적인 어머니들은 좋은 학원, 좋은 강사에 대한 정보를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통해 주고받는다”며 “직장맘들은 상대적으로 사교육 정보에서 소외받곤 한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초·중·고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23만9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1.3%(3000원) 늘었다. 2009년 이후 줄던 사교육비가 다소 상승했다. 학원비 인상 등 물가를 감안한 ‘실질사교육비’(21만원)는 2.8%(6000원) 줄었다. 영·유아 대상 사교육비, 학교 방과후 활동이나 어학연수 비용, EBS교재비 등은 사교육비 산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학생 열 명 중 일곱(68.8%)은 사교육에 참여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했다. 2012년에 비해 초등학생의 사교육비는 5.9% 늘고, 중·고생은 각각 3.3%, 0.4% 줄었다. 교육부 승융배 교육통계국장은 “국어·수학·사회·과학의 사교육비는 다소 감소했으나 음악·미술·체육 등 예체능과 영어 사교육은 늘어났다”고 말했다.

천인성·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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