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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드」 왕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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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파이잘」왕의 피살과 함께 온 세계의 신경은 「사우디아라비아」왕 가에 쏠리고 있다. 오늘의 역사를 「사우디아라비아」가 휘어 잡고 있다고 할 수도 있으니 당연한 얘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일간의 석유 수입만으로 「록펠러」 재벌의 총 자산을 사들일 수 있다. 한 왕자가 하룻저녁 노름에 6백만「달러」나 털린다고 눈 깜짝할 필요도 없다.
본시 「사우디아라비아」란 국명은 『「사우드」가의 「아라비아」』라는 뜻이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든 것은 「사우드」가의 재산이 된다고 해도 큰 잘못은 아니다.
더우기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헌법도, 의회 제도도 없다. 모든게 왕의 마음대로 움직인다. 그에게는 「이슬람」의 종교법이라는 방패가 또 있다.
이렇게 세계 최대의 보고를 휘어잡는 왕위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장자 상속이 아니라 형제 계승제로 이어 나가고 있다.
따라서 죽은 「파이잘」왕의 아들 14명에게는 처음부터 왕위 계승권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요직을 차지할 뿐이다.
지난 64년, 「파이잘」이 자기형을 몰아내고 왕위를 차지했을 때에도 「아라비아」 사람들이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은 것은 이런 때문도 있다.
이번에 새로 왕위에 오른 「할리드」는 고 왕의 바로 손아래 동생이다. 그러나 멀지않아 그는 동생 「파드」공에게 밀려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것은 신왕의 건강 탓만이 아니다.
「파이잘」의 아버지 「이븐·사우드」왕이 가장 총애하던 「스데이리」 왕비에게는 네 왕자가 있다. 그게 바로 「파드」공과 국방상이던 「술탄」, 그리고 「트루키」 왕자와 「나와프」.
앞으로는 이들에게 권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이들과 배가 다른 신왕의 배후도 만만치는 않다.
「이븐·사우드」왕의 또 다른 왕비에게서 낳은 형제로는 「할리드」 이외에 「모하메드」와 「압둘라」등 두 왕자가 또 있는 것이다.
당초에 「모하메드」 왕자는 「할리드」에게 유고 시에는 자기에게도 왕위 계승권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조건하에서 「할리드」가 황태자가 되는 것에 승복했었다.
「압둘라」 왕자는 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무서운 국가 경비대 사령관이었다. 여차 직하면 「모하메드」와 「압둘라」가 손을 잡고 반란 진압을 위한 이 특수 군부대를 정권 장악에 이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고 「파이잘」왕의 형제는 자그마치 2백명이나 된다. 모두가 잠재적인 왕위 계승권자들 이다. 「아라비아」 사막의 수많은 부족들을 다루기 위해 「파이잘」의 부왕은 여러번 정략결혼을 했던 것이다.
따라서 「파이잘」이 없는 이제 왕족 내의 암투가 표면화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제는 「사우드」가의 「아라비아」는 아니다. 언제 또 새 세대의 입김을 등에 업은 다른 왕자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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