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유행할 독감 미리 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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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인플루엔자(독감)가 막판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일 현재 전국의 독감 의심 환자는 1000명당 64.3명꼴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가 예년 수준(69.8명)을 살짝 웃도는 70여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독감을 피하려면 백신을 맞는 게 좋다. 하지만 백신도 완벽하진 않다. WHO가 그해 유행할 것으로 전망한 바이러스 종류에 맞춰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WHO의 예상이 빗나가면 백신을 맞아도 독감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독감 예측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미카엘 래시히 박사 등 국제 연구팀은 1968~2012년 검출된 계절 독감 바이러스(A/H3N2)의 유전자 샘플 3944개를 분석해 이 바이러스의 진화를 미리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고 26일 밝혔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서다.

 연구진은 독감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헤마글루티닌)의 항체결합부위(에피토프)에 주목했다. 항체는 바이러스(항원)가 몸 안에 들어오면 에피토프를 인식해 바이러스 침입 사실을 알아채고 공격에 나선다. 따라서 그해 유행한 바이러스 가운데 에피토프에 돌연변이가 생긴 종은 이듬해에도 항체를 피해 계속 유행할 확률이 높다. 반면 에피토프 외의 부분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유행 때 최적화됐던 유전조건이 변질돼 이듬해 거꾸로 맥을 못 출 수 있다. 연구진은 이 두 변수를 근거로 유행 독감 예측모델을 만들었다. 예측치와 실제 결과를 비교한 결과, 76%(비유행)~93%(유행)의 정확도를 보였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고려대 약대 김정기 교수는 “독감 예측 정확도가 WHO 것보다 훨씬 높다”며 “백신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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