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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보사부는 모자 보건법에 따라 유전성 간질증 여성 12명에게 강제불임 수술명령을 내릴 것을 검토 중에 있다는 얘기다.
불임은 피임과는 다르다. 일시적으로 유효한 때도 있지만 대개는 일생을 통해서 영구적으로 유효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불임이라도 가족계획을 위한 때와 우생적 보호를 위할 때가 있다. 특히 후자인 때에는 그래서 우생수술이라고도 한다. 단종이라는 말도 쓴다.
보사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도 말하자면 단종이다. 단종(Human Sterilization)에는 전례가 적지 않게 있다.
미국에서 단종 법이 실시된 것은 1907년의 「인디애너」주가 처음이다. 그후 여러 주가 뒤를 따랐다. 그 중에는 범위를 범죄자·「알콜」중독환자에까지 강제적으로 적용시키고 있는 주도 있다.
단종 법을 극단적으로 실시한 것은 2차 대전 중의 「나치」정부였다. 그것은 「게르만」민족의 피를 순결화 시키겠다는 망상적 우생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대한 반동에서인지 전후에는 어느 나라에서나 단종 법의 강제는 주춤해졌다. 유전학이 발달된 탓도 있다. 유전병은 수없이 많다. 피부병도 대부분이 유전하고 고혈압·동맥경화증에도 유전의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 중에는 재미있는 것도 많다. 부랑성도 그 중의 하나다. 이 체질의 사람은 한 곳에 안주하지를 못한다. 언제나 떠돌이 신세를 즐긴다. 이게 불량과 결부하면 불량아가 된다.
그러나 이런 유전은 모두 어느 정도 시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아직까지는 전혀 고칠 수 없다고 여겨진 질환들이다. 간질·혈우병 강도의 유전성 기형, 또는 정신분열증 등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우생 수술을 하면 유전병환자의 수가 줄어들 것은 틀림이 없다. 특히 우성유전병에는 상당히 효과가 클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열성 유전병환자는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 아무리 환자의 생식을 제한한다 해도 보인자로부터 질병의 유전자는 얼마든지 공급되는 때문이다.
그 뿐이 아니다. 사람은 거의 모두가 작든 크든 열성유전병의 보인자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생 법을 엄격하게 적용시킨다면 누구나 다 우생 수술을 받아야할 판이다.
또한 정상유전자도 갑자기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유전병의 유전자로 바꿔지는 수가 있다. 아무리 엄격하게 우생 정책을 편다고 유전병환자의 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우생 수술을 인도적인 입장에서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가톨릭」계의 나라들은 또 신앙의 입장에서 반대하고 있다.
단종이란 언제나 뭔가 비인간적인 뒷맛을 남긴다. 오용될 우려도 있다. 언제 또 의학의 힘으로 고쳐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도적인 입장에서 유전병환자의 불행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그 결단을 보사부에만 맡길 수 없는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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