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물투기를 막자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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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환물투기가 급속히 진행됨으로써 화폐신용에 타격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근자 증권 매입 열이 가속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금값이 치솟고 암「달러」매입, 부동산투자가 성행되고 있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우려할만한 일이다.
이러한 투기현장이 일어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널리 시중에 유포되고 있는 화폐개혁 설과 환율 재 인상설이라 하겠으며, 그래서 당국도 이를 유언비어로 강력히 다스리겠다고 나섰다.
원래 금리조정이나 환율조정, 그리고 화폐개혁과 같은 조치는 이해가 크게 얽혀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혼란을 피할 뿐만 아니라 정책목표를 살리기 위해서도 불시에 단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정책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극소수 입안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사실여부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적 속성 때문에 거꾸로 이해당사자들은 항상 그러한 가능성이 없을 것인가를 탐색하게 되고, 제반상황이 그럴 듯 하면 이를 가능한 한 확인해 보려고 한다. 그러한 타진과정에서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수 있다는 견해가 나으면 그것이 침소봉대 되어 결국 『화폐개혁을 한다더라』, 또는 『환율이 다시 오른다더라』하는 유언비어로 비약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의문점이 유언비어로 일단 발전하게 되면 환물투기 현장이 일어나게 되고 그것은 다시 심리적 가속작용을 일으켜 일반적인 투기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플레·헤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국민의 심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지를 원천적으로 억제하거나 제거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지, 이를 형사문제로 다루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인가는 의아스럽다.
통화·금융동향을 견실히 유도함으로써 화폐신용에 의문점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자연히 화폐개혁 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국내물가상승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국제 수지동향을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이 국민에게 반영된다면 환율 재 인상설은 근거 없다는 것이 여실히 밝혀지게 될 것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근자의 환물투기를 성공시키느냐, 아니면 실패로 돌아가게 하느냐의 여부는 결국 정책에 대한 신뢰도에 달려있다 하겠으며 따라서 구체적인 정책으로써 환물투기가 반드시 실패로 돌아간다는 것을 실증해야한다.
지난 30년간의 한국경제를 성찰컨대 우리는 단 한번도 「인플레」심리에서 벗어난 일이 없었으며 환물투기가 결국은 성공했었다는 사실 때문에 국민의 잠재의식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는 「인플레」심리를 송두리째 뽑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인플레」심리를 제거키 위해서는 언젠가 한번은 환물투기가 완전한 오산에 의한 실패였음을 실증해 줄 기회가 있어야 할 것이며 이를 실증시켜 주는 좋은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불황 속의 「인플레」를 겪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는 환물투기를 실패로 귀착시키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실업과 도산을 지나치게 걱정해서 수요 환기 책을 과도히 집행할 경우 환물투기의 심리적 근거를 제공할 염려가 있음을 주시해야한다. 자본제 경제에서는 뼈저린 불황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안정의 진실한 가치를 체득케 하기는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다. 경제적 고난이야말로 합리화의 모태임을 우리는 이번 기회에 체득하여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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