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스모그 소송 … 천식 환자, 정부 보상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최악의 스모그 사태를 겪고 있는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 거리에 25일 마스크를 한 강아지가 등장했다. 이날 스자좡의 초미세먼지 오염지수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18배를 넘었다. 스자좡의 한 시민은 지난 19일 중국 역사상 최초로 환경소송을 제기했다. [스자좡 신화=뉴시스]

중국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시에 사는 리구이신(李貴欣)은 25일에도 위화(裕華)구 인민법원에 전화를 걸었다. 살인적 스모그에 항의해 시 환경보호국을 상대로 낸 소장이 접수됐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답은 “아직도 심사 중”이었다. 19일 소송서류를 법원에 전달한 지 6일째, 그는 현지 신문에 “이제 중국에서 스모그 문제는 환경 아닌 생명의 문제가 됐다”며 끝까지 소송을 하겠다는 집념을 밝혔다. 소송이 접수되면 중국 역사상 첫 환경 관련 행정소송이 된다.

 25일 오후 1시(현지시간) 스자좡의 PM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오염지수는 460.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25)의 18배를 넘는 수치다. 같은 시간 베이징(北京)은 426이었다. 이 때문에 허베이와 베이징은 유독가스 수준이라는 적색경보 바로 밑 단계인 주황색 경보가 5일째 발령 중이다. 사상 최악이다.

 리구이신은 중금속에 오염된 스모그 탓에 하루 종일 기침을 달고 다니는 천식 환자가 됐다. 마스크도 써보고 공기청정기도 샀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스자좡의 연평균 오염지수는 247. 기준치에 맞는 오염지수를 기록한 날은 연간 45일에 불과했다.

 그는 만성적 공기오염이 정부의 환경관련법 무시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변호사와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성(省)은 물론 국가 환경관련법을 조사했더니 오염지수가 200만 넘어도 오염물질 배출을 억제토록 하는 수십 가지 조항이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시행된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소장에서 ▶법에 따른 환경정책 시행 ▶스모그로 피해를 본 자신에게 1만 위안(약 175만원) 보상 ▶소송비용 피고 부담 등 3개 항을 요구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송 배경을 밝혔다.

 - 왜 환경보호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몇 개월 만에 통제가 됐다. 이유는 하나다. 바로 사람이 죽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모그 때문에 당장 사람이 죽지 않기 때문에 행정당국이 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면 스모그로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이를 막아야 하지 않겠나.”

 - 정부에 보상을 청구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다. 공기오염으로 국민이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는데 누구를 찾아야 하나. 기업은 모두 법을 지켰다고 하고 자동차 배기가스도 문제 없다고 한다. 다 거짓말 아닌가. 정부는 그런 기업에서 세금을 걷었지 않나. 그러니 국민에게 보상해야 하는 거다.”

 - 전례가 없는데 승소할 수 있겠나.

 “법원이 공정하다면 반드시 승소한다. 이기지 못해도 스모그의 위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정부와 국민에게 일깨우는 계기는 될 것이다.”

 우위펀(吳玉芬) 변호사는 “이번 소송 제기는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스모그가 중국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법치 환경행정이 시급하다는 점을 알리고 관련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다짐”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