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바이오·의료 … '3개년 계획주'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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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수출과 내수 양 날개 중 한쪽 날개(수출)로만 날던 시대는 끝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아웃소싱해 오던 제조업을 다시 불러들이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어서다. 대미 수출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오던 신흥국 입장에선 빨간불을 켤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을 노리고 설비 투자를 늘려 온 중국 같은 일부 국가는 과잉 설비 문제까지 겪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이 내수 활성화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배경이다. 개인 투자자들 역시 수출이 아니라 내수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정부가 내놓은 경제 혁신 3개년 계획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경제 성장의 축을 공공에서 민간으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옮기겠다는 건 궁극적으로 내수를 활성화해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의미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금융위기 이전 수출에 매달리느라 내수 기반을 다지는 데는 소홀했다. 현시점에서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창조경제다. 새로운 기술과 기업의 등장으로 투자의 흐름까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지도 강력하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 전용 시장인 코넥스를 개설하는가 하면 이날 발표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에도 3대 추진 전략으로 ‘역동적인 혁신경제’가 포함됐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9대 전략산업과 4대 기반산업, 정보통신기술(ICT) 신산업 등이 정책 테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소프트웨어와 의료·제약, 바이오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소형 의무 평형 완화 같은 재건축 규제가 완화됐다. 아파트 전매 제한기간이 축소됐고 민간 임대사업자 육성정책도 나왔다. 부동산시장 군불 때기가 한창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을 저점으로 5개월 연속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관련 대출이 늘어나 건설업뿐 아니라 은행업도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 역시 정부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걸로 보고 지난해 말부터 은행을 매수 업종으로 추천해 왔다.

 투자자들이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임기 2년차에 접어들면 설비 투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각종 경제정책들이 쏟아지는 덕이다. 현 정부 역시 이번 계획 발표 이후 각종 예산 집행을 확대하고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등 정책 효과 극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설비 투자는 고용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 증가와 경기 개선으로 이어진다. 김병연 연구원은 “3월엔 병원과 호텔을 결합한 메디텔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과 외국인 투자 촉진법이 시행되는 등 대통령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들이 법제화된다”며 “투자에 있어 정책 효과도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 테마는 투자 위험도 작지 않다. 김대중 정부 때의 벤처 활성화, 이명박 정부 때의 해외자원 개발 등이 시장을 달궜지만 장기적으로 성과를 낸 종목은 극소수였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책 테마주도 크게 보면 정치 테마주”라며 “테마주 대부분이 중소형주라 주가가 떨어져도 매도하기 어려워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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