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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왕이 즉위하던 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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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의 지붕이라는「히말라야」산록에 위치한「네팔」왕국에서는 24일「비렌드라」국왕의 대관식이 성대히 열렸다. 「비렌드라」왕은 72년 1월「마헨드라」부왕이 심장마비로 서거한 다음 3년 동안 왕위를 이어왔지만 점성가들이 길일을 택하느라 그 대관식이 늦어진 것.
「네팔」의 면적은 남한보다 좀 큰 14만km2지만 국토가 산림으로만 덮여 있고 1인당 국민소득이 75「달러」정도인 소 왕국. 이러한 국력에 비추어 볼 때 5시간에 걸친 엄숙하고도 복잡한「힌두」교 식 대관식은 너무나 화려한 것이었다.
더구나 기이한 것은 대관식이 열리는「네팔」의 수도「카트만두」에는 세계 59개국으로부터 3백여 명의 경축 특사들이 덩달아 몰려든 점이다.
그것은「네팔」이 지정학적으로 중공·소련·인도 등에 인접해 있는 중립국이어서 상당한 정치적 비중을 갖고 있기 때문.
미국은 이 소 왕국에「필립·부켄」이 대통령 특별 보좌관을 비롯한 사절단을 파견했고, 영국에선「찰즈」황태자, 중공에선 진석련 부수상 등을 보냈다. 한국의 김동조 외무장관과 「필리핀」의「이멜다·마르코스」대통령 부인, 그리고 북괴의 사절단도 여기에 한 줄 끼었다.
세계에서 유일한「힌두」교 왕국인「네팔」의 대관식 절차는 복잡하고도 까다로웠다. 조상들에게 성우를 바친 다음 쇠똥·쇠오줌·우유·꿀 및 8개강에서 떠온 물로 목욕하고 다시 전국에서 가져온 진흙을 몸에 발랐다.
이날「비렌드라」왕에게 씌워진 왕관은 희귀한 깃털과 각종 보석, 그리고「다이어먼드」로 점점이 장식된 2백만「달러」(약 10억 원)짜리.
또 그가 앉은 왕좌는 호랑이·사슴·표범 등의 가죽으로 덮였고 황금으로 만든 뱀이 장식돼 있었다. 이날「비렌드라」왕은 진홍색「벨비트」와 금사로 엮어진 융단 위를 다채롭게 장식한 28마리의 코끼리 행렬을 이끌고 지나가 이 왕좌에 앉음으로써 2백년 역사를 가진 이 왕국의 제10대 군주로 즉위했다. 「네팔」전통에 따르면 새로 즉위한 왕은 코끼리 등에 타고 「카트만두」시를 돌아 전 수도 「파탄」까지 다녀와야 하는데 이는 치안 상 장갑차로 대신하기로 했다.
「네팔」은 이번 대관식을 위해 공항을 확장하고 도로를 넓히고「파키스탄」에서 기병용 말을 사 왔으며 일본에서 경찰용「사이드카」를 급히 구입하기도 했다.
올해 29세인「비렌드라」왕은 영국「이튼」및「옥스퍼드」대학을 나온「인텔리」왕인데도 까다로운 대관식 절차를 모두 순순히 이행했다. 그는 또 인상파 류의 화가이기도 하며 낙하산 훈련을 받기도 했다.
그는 1천3백만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받고 있는 절대군주지만 학생「데모」에 부딪쳐 민주화 문제에도 고민이 있는 듯.
그는 70년 왕자였을 때 인도 음악을 전공한 미녀「아이쉬와라」(25)와 결혼, 3살 된「디팬드라」왕자를 두고 있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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