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하의 농가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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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가수지가 격심한 「인플레」로 인하여 더욱 악화하고 있어 「인플레」의 일반적 폐해가 저소득층에 가장 민감하게 반사된다는 원칙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74년 중 농가소득은 32.8%가 늘었으나 가계비는 41.6%가 늘어나서 농가수지 잉여 율도 13.4「포인트」나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동안 도시소득과 농촌소득의 격차확대를 막기 위해서 고 곡가 정책과 새마을사업을 강력히 추진해 온 지도 몇 해가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상대소득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가수지가 악화만 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공업화 과정에서 농촌소득이 상대적으로 낙후되는 것은 자본 제 경제에서 보편적인 경향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농촌경제를 특별히 보호하려는 강력한 정책의지가 보증되지 않는 한, 공업화 과정에서 농촌의 상대적 낙후도가 심화하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의 경우도 농림어업소득과 도시소득의 상대소득비율은 66년의 46.2%에서 70년에는 38.2%로 떨어졌고, 74년에는 무려 29.7%로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해서 새마을사업을 강력히 추진했고 고 곡가 정책을 추진한 근자에도 상대소득비율이 38.2%에서 29.7%로 엄청나게 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정책은 세밀한 인과분석과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
물론 공업화의 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간단히 설명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각도를 달리해서 격차확대 문제를 평가할 때, 농업정책에 결함이 많았기 때문에 상대소득비율의 하락 율이 그토록 높았다고 볼 수도 있다.
단적으로 말해서 12·7 조치만을 보아도 그렇다. 환율을 20%나 인상 조정하면서도 환율 인상 전에 책정한 양곡의 정부수매 가격을 조정해 주지 않은 것은 물가부담을 농촌에 전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온당한 처사가 아니었다. 공산품의 경우에는 원가부담이 그때그때 조정되고 있는데 농산물에 대해서는 언제나 1년 거치 후 조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흔히 운위되는 고미가 정책에 대해서도 똑같은 논리가 성립된다. 원가주의로 미가를 산 정하는 한, 농가는 언제나 1년간의 물가 상승률을 밑지고 들어가는 셈이 된다. 그러므로 농정이 생산원가주의에서 소득기준으로 가격지지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상대소득비율의 하락 폭을 가급적이나마 억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농가소득을 지지키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물량중심의 농업투자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농업투자에서 종자개량·토질개량·영농방식의 과학화 등에 투입되는 비중은 보잘 것 없는 대신 각종 공사비만이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그러한 투자가 토지생산성 제고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나, 지력과 종자의 개선이 토지생산성에 미치는 간접효과를 과소 평가함으로써 농업의 실질생산성을 제고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의 식량사정이나 경지면적으로 보아 농업의 기업화나 상업화를 추진하려는 생각은 큰 잘못임을 직시해야 한다. 1인당 경지면적이 3백 평에도 미달되는 경지를 가지고 농업의 기업화나 상업화를 추진한다면 식량수입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 농경지에서는 주곡중심으로 농정이 추진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농가소득의 향상은 토지생산성 제고와 가격의 선행적 지지정책으로 보증해야 한다.
낙농·고등원설·과수원예 등 상업적 농업은 기 경지에서가 아니라 개간을 통해서 추진하되 농정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주곡농업에 두어야 한다.
요컨대 공업화 과정에서 농가소득의 상대적 낙후를 절대적으로 막을 수는 없으나 농정의 방향여하에 따라서는 그 낙후 율을 억제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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