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든 낭보에 기쁨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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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긴급조치 등 위반사건으로 구속된 인사들에 대한 석방발표가 있은 15일 「중대발표」에 귀를 기울이던 시민·학생·구속자 가족들은 한결같이 석방을 결정한 정부의 조치에 환영을 나타냈다. 가장이나 자식들이 구속된 채 시름의 나날을 보냈던 구속자 가족들은 「뉴스」를 듣다말고 교도소로 달려가기도 했고 구속된 학우들 때문에 우울했던 대학가에도 모처럼 웃음의 꽃이 피어났다. 국민투표 뒤의 조치에 궁금증을 품었던 많은 시민들은 구속자 석방조치에 이어 정국의 해빙을 불러올 후속조치가 계속 있기 바라는 여망을 품어보는가 하면, 「포드」대통령방한, 국민투표실시를 앞두고 그 때마다 석방소식에 기대를 걸어왔던 구속자 가족들은 이번 석방조치도 일부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가족들>
이철군(26·서울대 문리대사회학과3년)의 아버지 이근진씨(60·중앙고교사)는 『아들이 석방돼 기쁘기는 하나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담담한 표정.
이씨는 그동안 부인 정경조씨(52)와 수자(30·미「팬실베이니아」주 거주) 애경(24·조양상선근무) 현경(22·삼기물산 근무) 수경(21·서울대 가정대3년)양 등 4녀와 함께 서울 마포구 서교동358의68애서 문방구를 경영하며 어렵게 살아왔다.
김병곤군(21·서울대 상대경제학과4년)의 누나 김외수씨(30·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732의37) 집에는 갑작스런 석방소식에 어리둥절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군의 조카 문임양(8)은 『야! 외삼촌이 나온다』면서 손뼉을 치고 누나 김외수씨는 3·1절쯤에 석방될 것을 기대했는데 앞당겨져 반갑지만 막상 풀려나게 되니 앞으로 자유스러운 활동을 할 수 있게 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성산동9의4 강신옥 변호사의 자택에는 부인 길영자씨(36)가 아빠가 미국에 공부하러 간 것으로만 알고 있는 꼬마 한승(7) 천승(4)군과 함께 집을 지키고 있다가 소식을 전해듣고 『이번에도 남편이 정말 집 대문 안에 들어서는 것인지 믿기 어렵다』고 의문에 가득 찬 표정.
『미국아빠에게 공부 그만하고 빨리 돌아오도록 편지하라고 꼬마들이 조를 때가 가장 가슴아팠다』는 길씨는 그동안 면회가 한 번밖에 허용되지 않아 아빠에게 미안하며 감시 속에서도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박형규 목사의 부인 조정하씨(48·서울성동구송정동52의28)는 『남편이 이제 자유의 몸이 될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하며 상오11시쯤 교인들과 함께 박 목사를 맞기 위해 종로5가 기독교회관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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