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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전」주최 권 놓고 공방전|반외서 불붙은 일 기계최고「타이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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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박동순 특파원】요즘 일본바둑계는 최고의「타이틀」인 명인전의 주최 권을 놓고 「아사히」신문과「요미우리」신문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한창이다.
두 신문은 현재 발행 부수가 7백만 부를 돌파,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다투는「라이벌」관계.
바둑인구 2천만 명을 헤아리는 일본에서 명인 전을 주최하느냐 못하느냐는 바로 신문 부수에 굉장한 영향을 줄 것이고 만약 지금까지 주최해온「요미우리」가 그 권리를 빼앗긴다면 경영진이 총 사퇴해야 할만큼, 심각한 것이기 때문에 이 싸움은 전혀 예측을 불허하며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
올해 제14기까지「요미우리」신문이 주최해온 명인 전은 지난해 12윌 일본기원 측이「요미우리」가 계약금 인상에 응해주지 않는다고 그 주최 권을「아사히」에, 넘겨 1억「엥」에 가계약을 체결한데서부터 발단됐다.
「아사히」와 부수 경쟁을 벌이고 있는「요미우리」는 일본기원의 일방적 통고를 받고 깜짝 놀라『그럼, 우리는 1억1천만「엥」을 내놓겠다』면서 명인 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사히」는 먼저 계약을 했으니 당연히 자기네가 주최해야한다는 것이고, 「요미우리」는 14년간 주최해온 연고권도 있고 돈을 더 내면 되지 않느냐고 조금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양대 신문의 중간에 낀 일본기원도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난처한 입장에 빠지고 말았다. 먼저 가계약을 한「아사히」에 넘기는 것이 옳을 것도 같고 지금까지 주최해온「요미우리」에 대한 의리도 지켜야겠고, 또 처음 말을 꺼낸 것도 계약금인상이 목적이었으니 돈올 많이 내는 쪽에 해야할 것도 같고, 도무지 이러 지도 저러 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
현재「프로」십걸 전(12기)을 주최하고 있는「아사히」신문이 왜 자기네 기전을 없애면서까지 명인 전을 가지려고 하는지, 또「요미우리」는 현재 계약금의 4배가되는 엄청난 돈을 내놓고라도 명인 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지 한국의「팬」들은 금방 이해가 안 갈지 모른다.
「명인」이란 원래 고금을 통한 명수라는 뜻이지만 17세기의 초대본인방산사가「오다·노부나가」로부터「명인」이라고 불린 데서 유래한다. 「도꾸가와」막부시대에는 명인이란 직책을 두어 기사들의 추천으로 막부가 직접 임명했고 모든 기사는 명인의 명령에 따르도록 했었다.
명인이란 바둑에서 바로 입신의 경지에 이른 9단을 뜻하는 것이어서 8단은 준 명인, 7단은 상수라고 불렀다. 이때부터 일본의 바둑계는 명인의 지위에 오르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으로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백년 역사상 명인의 지위에 오른 기사는 모두 10명뿐이라는 것만 보아도 명인의 권위를 짐작할 수 있다.
1940년 명인의 지위에 올라있던 본인방가문의 마지막 21세 본인방수재가 죽으면서 후계 본인 방을 지명하지 않고 일본기원에「타이틀」전으로 내놓아 본인방전은 41년부터「마이니찌」신문주최로 시작됐다. 그러나 명인은 62년「요미우리」신문이 명인 전을 주최할 때까지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바둑과는 오랜 인연을 맺고있다. 1924년「쇼오리끼」씨가 10만부 남짓하던(4만 부라는 설도 있음)「요미우리」를 인수해서 당시 불가능하다던 명인 본인방수재와「라이벌」안금 8단의 쟁기를 붙여 부수를 올리기 시작했다.
62년 일본기원은 재정형편상 큰「스폰서」를 얻어 명인 전을 주최해야 할 입장이었는데 단 명인의 권위를 위해서 각 기전을 통틀어 최고의 액수여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당시 일본기원의 섭외이사이던「후지자와」9단은 계약금 2천5백만「엥」(상금 3백만「엥」은 별도)에 주최하라고 먼저「아사히」에 제의했으나 거절당하고 말았다.
당시 2천5백만「엥」이면 상당한 액수인데「요미우리」는 이를 쾌히 응 락, 62년부터 제1기명인 전을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명인 전은 이름뿐 아니라 액수로도 기계 최고의「타이틀」이 되었다. 제13기(74년)까지「타이틀」을 딴 기사들도 임해봉 9단(7회),「사까다」9단(2회),「후지자와」9단 (2회),「다까까와」9단(1회),「이시다」9단(1회)등 모두 최고봉들이었다.「요미우리」신문은 이 명인 전 주최로 1백만 부를 더 확장했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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