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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화, 나눠먹기식으로는 답 없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월 27일 '글로벌 페이턴트 페어(Global patent fair: 특허박람회)'개최했다. 새로운 특허기술을 소개하고 기술이전까지 이뤄지는 장(場)이다. 해외 유명 연자가 참석하고 국내 연구자 및 기업이 다수 참여했다. 박람회는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박람회는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의학계 연구자와 기업들을 연결하는 접점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면에는 이 박람회의 목적이 또 하나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산업화 현실을 적나라하게 알리고자 했던 것.

박람회를 기획·주도한 연세의료원 송시영 의과학연구처장(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은 "선진국 모델을 보고 우리나라 의료산업화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 처장은 현 국내 의료산업화 방향에 대해 "이대로는 안된다"고 했다. "현재는 글로벌 제약회사가 될 수 없는 생태계를 이미 갖고 있다"고도 했다. 현재의 생태계로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을 쫓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먼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화를 추구하려는 분위기에 대해 언급했다. 송 처장은 "의료기기의 경우 내수시장이 잘 안돼서 중소기업들 매출이 연 1000억원 미만이라면서 내수시장 제도를 변형시켜주면 잘 되는데 왜 규제를 안 풀어주냐고만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내수를 아무리 키우더라도 의료기기나 의약품은 글로벌에 성공하지 못하면 못하는 기업"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우리보다 앞서있는 이스라엘, 스위스, 싱가폴은 내수시장을 생각 안한다"며 "국내가 아닌 세계를 타깃으로 하지 않으면 의료산업화는 도저히 앞으로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들이 국가연구에만 매달리는 풍토도 지적했다. 송 처장은 "전기, 전자, 기계 등 다른 사업은 연구비의 90% 이상이 기업에서 나오는 데 반해 헬스케어 분야는 60~70%가 국가에서 나온다"며 "이 연구비들은 대학으로 들어가 인건비를 충당하는 데 쓰인다. 대학이 국가 연구에만 매달리는 생태계에서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송 처장은 특히 "국가연구비 비중이 높다보니 헬스케어 정의가 없다"면서 "신약개발인지 해외병원 수출인지, 의료서비스 R&D인지, 각 방향에서 국가적인 로드맵이 한 분야를 지원하는 관점이 아니라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개념에서 순서별로 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눠먹기식 안돼…병원 간 융합해야"

송 처장는 대학간, 병원간, 특허간 융합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소개했다.

그는 "연구비를 딸 때는 서로 둘도 없는 친구였다가 각자 논문 쓸때는 소원해지고, 또 어느 한 쪽에서 기술이전 특허를 먼저 내면 서로 원수가 되는 구조"라면서 "우리나라의 연구생태계가 이대로는 융합이 안된다"로 말했다.

특히 중국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융합은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송 처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해 발생하는 췌장암 환자가 4500명인데 중국 상해 인민해방국병원에서 일년에 보는 췌장암 환자가 5000명 수준이다.

그는 "원천기술은 수위스를 이길 수 없고 규모와 발전속도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면서 "사회적으로 생태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서로 자기 것만 생각하는 생태계다. 국가 연구비 100을 두고 내가 갖느냐 니가 갖느냐의 싸움"이라며 "너와 내가 합쳐 해외에서 1000, 1만을 얻어야 중국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초와 임상이 융합해야 하고, 병원들이 서로 융합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 지주회사 설립 가능 제도 필요

송 처장은 의료산업화를 위한 병원들의 수익사업 환경 조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그는 "영리병원이 최근 뜨거운 감자"라고 운을 뗀 뒤 "병원 자체가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원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송 처장은 "외국의 경우 병원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지주회사의 틀이 다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못 만든다. 병원이 지주회사를 갖는다면 아마도 적자를 만들래야 만들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세계 시장으로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것. 그는 "의대교수 한명 한명이 전 세계 학회에서 활약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이를 이용해 진출 가능한 창구를 국가에서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산학협력단 확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송 처장은 "외국의 경우 산학협력단이 모든 것을 관리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교수로 하여금 산업화의 눈을 뜨게 한다"면서 "이게 가능하려면 산학협력단 조직 규모가 어마어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를 통해 MD앤더슨병원은 전체 매출이 10~20%가 특허권으로 인한 수입이지만 국내 병원은 어디도 이 비율이 0.5%를 넘지 못한다.

송 처장은 "현재로서는 우리나라가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 얼마 후 성공모델이 나오면 분위기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국가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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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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