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서울시장 땐 여권 차기 1순위 … 박원순 재선 성공하면 야권 빅3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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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앞으로 다가온 6월 지방선거의 판이 커지고 있다. 여야 모두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최종 성적표가 나오는 순간 새로운 차기 주자 리스트가 만들어지고, 패자의 상처도 깊어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선 정몽준 의원이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2박3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23일 귀국한 정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번 주 안으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0~14일 실시한 차기 주자 여론조사에서 14.9%로 여권 주자 가운데 5주 연속 1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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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만 해도 정 의원과 지지율이 엇비슷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8.2%에 머물렀다. 여야를 통틀어도 무소속 안철수 의원(24.0%)에 이어 2위다. 정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쪽으로 선회하면서 여권 지지자들의 관심이 그에게 쏠리고 있다는 의미다. 정 의원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여권에선 차기 주자 1순위가 될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정 의원이 서울시에 입성하게 되면 여권 비주류 인사들이 서울시를 중심으로 대거 포진하게 되면서 현재의 주류·비주류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시장 경선에서 정 의원과 대결할 가능성이 큰 김황식 전 총리는 아직 대권 주자로 분류되진 않는다. 하지만 그 역시 서울시장이 된다면 여권에선 유일한 호남 출신 주자라는 장점을 발휘할 수 있어 사정이 달라진다. 정 의원이 친박계의 ‘김황식 지원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재선에 성공하면 이를 발판으로 중앙 정치 무대에 대한 발언권을 키운 뒤 2017년 대선 경선에 뛰어드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당 지도부로부터 경기지사 출마를 종용받고 있는 남경필 의원도 실제로 지사직에 도전해 성공하면 여권 내 ‘차세대 리더’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민주당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구도가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누리당 도전자를 물리치고 재선 고지를 밟는다면 문재인 의원, 안철수 의원과 함께 야권의 ‘빅3’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당내 기반이 취약한 편이지만 재선 시장이 될 경우 비노무현계와 수도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박원순 지지세가 형성될 공산이 크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새누리당보다 저조한 당 지지율을 극복하고 재선에 성공하면 ‘노무현의 적자(嫡子)’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선 독자적인 정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은 직접 출마는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전국 상황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만큼 이번 선거가 그에겐 큰 기회이자 위기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몇 군데 이기느냐와 별개로 새정치연합의 전국 득표율이 15% 이상이면 안 의원은 세력화된 집단의 수장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되겠지만, 그 밑이면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보다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2007년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15.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새정치연합이 민주당보다 우세하거나 대등한 득표율을 거둔다면 안철수발 정계 개편도 가능하다.

 다만 최근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변수다. 지난 21~22일 실시한 중앙일보 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지난해 9월(26.3%) 이후 하락세다. 지난해 말 23.6%에서 2월 현재 13.9%로 떨어진 상태다.

김정하·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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