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을 다시 생각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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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바야흐로 입시「시즌」이 한창 진행중이다. 그러나 고등학교까지 평준화되어 버린 이제 입시라면 사실상 오직 대학의 입시만을 가리키게 되었다.
전기대학은 이미 입학사정이 끝나 합격자를 발표했거나, 발표 중에 있고, 후기대학은 신입생 모집 공고를 내고 있는 중이다. 수험생들이나 그 학부모들은 이렇게 해서 새해의 첫 달을 가장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맞고 보내게 된다.
대학입시에 실패한 당사자들이나 그들의 부모들의 실의는 매우 큰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입시에 방이 붙은 합격자의 경우도 근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도에 의하면, 평균 30%이상이나 대폭 인상된 금년도 사립대학교 신입생 등록금은 16만원에서 21만원에 이르는 대금이라는 소식이니 말이다.
새학년을 맞는 재학생들의 마음도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껑충 뛰어 오른 등록금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걱정은 매한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뿐더러 학년이 바뀌어 한 학년씩 진급은 되었다고는 하나 지난 1년 동안 과연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교내활동을 했는가 자문해 본다면 그들은 허전하고 씁쓸한 마음을 누를 길이 없었을 것이다.
하물며 불황 속의「인플레」시대에 어려운 살림살이를 꾸리고 있는 학부모들은 가계비를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는 비싼 등록금을 마련해서 바친 만큼 그들의 자녀들이 제대로 대학교육을 받고 졸업후의 사회진출을 위한 보장을 받고 있는지, 따져 본다면 회의와 불신이 커져만 갈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을 맞아들이고 있는 대학 당국이나 교수들의 입장도 또한 밝지만은 않을 것이다. 대학재정의 어려움은 교육과 연구시설의 낙후성을 심화시켜만 가고 있다. 도서관 사정의 군색함은 강의가 빈 학생들을 대부분 교정에 배회케 하고 있다. 더우기 대학 자체로서는 전연 손을 쓸 수도 없는 쟁점 때문에 올 봄도 또「캠퍼스」가 설레인다면 신학기 수업이 정상화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2월중에 있을 것 같은 국민투표가 전국적으로 열도 높은「정치바람」을 몰아 붙인다면 그를 진정시키는 뒷수습이 쉽지만은 않을 것도 우려된다.
대학의 수와 대학생수는 상당히 늘어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지원자수는 더 큰 증가율로써 늘어나 밑에서부터 압력을 가하고 있고, 그 반면 졸업생들의 사회진출의 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대학교육의 현실이다.
다시 말해 학생·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이 과중할 이 만큼 증대하였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재정은 여전히 군색하며 교육·연구시설은 낙후되어 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대학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대학교육은 대학 밖의 쟁점에 말려들어 중단·비정상화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 또한 오늘의 대학교육의 현실이다.
개발도상국가군 가운데서 가장 인구비가 높은 대학생수를 안고 국민소득에 비해서도 역시 엄청나게 높은 공사교육비를 투자하고 있는 한국의 대학들이 이처럼 그 내용에 있어서는 공허화해 가는 이 현실을 언제까지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값비싼 새 학년이 시작되기 앞서 교수나 학생이나 대학당국이나 그리고 특히 문교당국은 다같이 대학교육의 오늘과 내일을 깊이 반성하여 근본적인 제도개혁의 계기를 마련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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