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폭탄테러 생존자 임정순씨 "짐을 내리려는 순간 '펑'…버스 지붕 날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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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성지순례에 나섰다 이집트에서 폭탄테러를 당한 충북 진천의 중앙장로교회 신도 가운데 다치지 않은 15명이 19일 1차로 귀국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이날 오후 5시45분 인천공항에 내린 이들은 전세버스를 이용, 오후 9시40분쯤 진천 교회에 도착했다. 이들은 교회에 마련된 고 김홍열(64·여)씨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이익상 원로목사의 주재로 예배에 참석했다가 귀가했다. 다음은 귀국자 중 두 아들과 함께 현지에 간 임정순(49·여)씨가 전하는 폭탄테러 당시의 상황. 임씨는 간호사 출신으로 올 1월 퇴직했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국경을 넘기 전이었다. 버스를 바꿔타기 위해 짐을 내리려는 순간 ‘펑’ 하는 엄청난 폭발음이 났다. 쓰고있던 모자와 선글라스가 날아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버스 지붕이 날아가고 유리창은 전부 사라졌다. 곧바로 총소리가 났다. 누군가 ‘엎드려’라고 소리쳤다. 안에 있으면 총에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들 버스에서 내리자고 했다. 버스에서 내려 도로 가운데 나무에 몸을 숨겼다. 총소리가 그치면 움직이고 해서 숲 쪽으로 달려갔다. 내가 총에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보건소는 창고 같은 곳에 링겔과 주사기·붕대 정도가 있는 수준이었다. 서로 부축해 부상자들도 이리 왔다. 대부분 파편을 맞았다. 파편을 제거하고 물로 씼긴 뒤 거즈를 붕대삼아 감아줬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응급조치가 없었다. 그때서야 누군가 인터넷을 보고 말해줘 폭탄 테러임을 알게 됐다."

한편 부상자 13명과 사고수습반 1명 등은 20일 오전 11시35분, 나머지 신도 2명과 수습반 1명은 같은 날 오후 1시55분 귀국 예정이다. 신도 중 숨진 김홍열(여)씨와 현지 가이드 제진수씨, 국내에서 동행한 가이드 김진규씨 등 3명의 시신은 21일 오후 4시24분 인천공항으로 운구된다.

신진호·최종권 기자 zino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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