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안철수의 새정치에 새 인물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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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익적 관점에서 신당(新黨)은 두 얼굴을 지닌다. 뿌리를 내리면 기존 정치권의 개혁을 자극한다. 유권자에게는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한다. 기존 거대 양당에 실망한 무당파가 많은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부작용이 많다. 제3당이 적잖은 사표(死票)를 초래해 다수 의사 결집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손해를 끼친 적이 많다.

 한국 정치에서 신당이 성공하려면 지역기반, 강력한 지도자, 차별화된 정책 중 최소한 하나를 갖추어야 한다.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은 2~3개를 갖췄다. 급진진보 정당은 ‘차별화된 정책’으로 살아남았다. 반면 정주영·이회창·이인제·문국현·박찬종은 ‘확고한 1개 요소’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안철수 신당이 탄생의 수순을 밟고 있다. 370여 명의 창당 발기인이 발표됐고 새정치연합이란 이름도 정해졌다. 아직 정강·정책은 없지만 최근 공개된 ‘새 정치 3대 가치’를 통해 정책의 윤곽은 드러났다.

  새정치연합은 신당의 성공조건에서 많은 의문을 안고 있다. 신당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처럼 뚜렷한 지역기반이 없다. 호남에서 인기가 높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최근엔 인기가 흔들리는 조짐도 강하다. 그렇다면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이 역시 불투명하다. 주요 구성원은 대부분 국회의원·장관을 지낸 구 인물이다. 그들은 안 의원이 비판하는 구정치에 몸담았다. 일부는 잦은 변신으로 철새라는 비판을 받는다. 구정치 출신이라고 반드시 구정치에 책임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새 정치에 어울리는 참신성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안 의원 주장처럼 새 정치의 가치가 절박한 것이라면 개혁적 현직 인사들이 핵심을 이뤄야 한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은 정의 사회, 사회통합, 한반도 평화를 3대 가치로 발표했다. 이런 지향점은 기존 정당과 다르지 않다. 정치개혁의 새 좌표를 확보하려면 신당은 각별한 각오로 인물과 정책에서 새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