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서의 서방측 결의안 채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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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엔」정치위원회는 10일 한국 문제에 관한 「바루디」수정안과 불란서 수정안을 흡수한 서방측 결의안을 찬성57 반대43 기권32표의 다수 의결로 각각 채택하는 반면, 공산측안을 부결시켰다. 「바루디」안은 휴전 협정을 유지하며 남북간의 화해를 촉구하는 것이며, 불란서 수정안은 『주한「유엔」군사를 해체하는 등 한국 문제 의제 국면을 「유엔」안보리와 관계 당사자들 사이에서 협의 검토토록 촉구』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수정안은 본래의 서방측 결의안의 제2항에서 『「유엔」군사의 장래를 협의하도록 희망한다』는 것을 수정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원안과 대동소이한 것이다.
반면, 공산측 결의안은 『「유엔」기치하의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와 『그 철수에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나, 이로써 공산측이 주장 해 온 주한 외군의 철수 문제는 일단 부결된 것이다.
연례적인 한국 문제 토의이기는 하지만, 이번 「유엔」정위에서 서상한 서방측 결의안이 그처럼 상당한 표수차로 통과된 것은 다대수 「유엔」회원국들이 한반도 문제를 에워싼 냉전을 회피하고 남북간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다만 「유엔」정위에서의 이 같은 서방측 결의안의 채택에도 불구하고, 「유엔」에서의 한국 문제는 이제 과거와는 다른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 이유는 「유엔」안보리가 처음으로 주한 「유엔」군사의 해체 문제 등을 협의·검토하도록 공식으로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작년 28차 총회를 계기로 「언커크」가 해체된바 있었지만, 이제 주한 「유엔」군사의 해체 등의 문제까지가 현실적으로 검토되지 않으면 안될 단계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유엔」에서의 한국 문제는 5대 강국으로 형성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향방에 의해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며, 우리로서는 이제 이들 상임이사국의 동향에 종전 이상의 비상한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주한 「유엔」군사의 해체 문제가 주로 「유엔」안보리에서 검토된다 하더라도 거부권을 갖고 있는 5대 상임이사국간에 그 일치점을 발견한다는 것은 지금으로선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5강이 한반도의 안정은 물론 세계 안정의 길을 찾는 길은 현 국제 조류에 비추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닐 것이다.
최근 수년내 동서간을 비롯한 열강간에 대화가 거듭되면서 「데탕트」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는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형성함에 있어서도 예외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엔」안보리가 한국 문제의 제 국면을 협의·검토함에 있어서는 필연적으로 이번 서방측 결의안에 명시된 대로 남북대화와 화해를 촉구하고 그럼으로써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또한 이 기회에 북괴는 「유엔」을 비롯한 외교 무대에서의 부질없는 대결을 책동할 것이 아니라 세계가 이렇듯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남북대화에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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