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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의 불경기 대책-중고품 크게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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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고 의류의 이용 증가, 늘어난 주부들의 바느질, 그리고 상점의 절도 사건 증가 - 이 모든 것은 미국이 현재 직면해 있는 경기 후퇴와 이로 인한 내핍 생활상을 반영하고 있다.
1년 전에는 휘발유 부족으로 곤란을 겪었던 미국인들이 지금은 통화 부족이라는 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오늘날 미국인들의 가구 당 실소득은 1·5%나 하락되어 2차 대전 이후 최초의 소득 감소 현상을 보였다. 이로 인해서 자동차 업계와 내구성 소비품 「메이커」들은 물론이고 소매상까지도 내핍 경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형편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인들은 의류상인 것 같다. 미국 최대의 소매상 「그룹」인 「시어즈·로버크」사는 74년 3·4분기에만도 매상이익이 28·5%나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현상은 예년 연말 대목기에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던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들의 이같은 구매 위축은 물론 「인플레」에도 부분적인 원인이 있겠으나 미국인들이 지금 겪고 있는 신용에 대한 위기는 그들의 구매 습관에까지도 변화를 가하고 있는데도 원인이 있다.
물가가 오르니 저소득층의 구매력이 준 것은 당연하다. 한 「시카고」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7백50표본 가구 중 54%가 금년에 「크리스머스」 선물 구입을 줄일 계획이다.
이런 불황 상태 속에서도 특히 헌옷가지를 취급하는 업자들만은 수요를 미처 대지 못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헌옷을 사려는 고객이 늘어난 반면 시민들은 낡은 옷이라도 좀처럼 벗어 던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세군도 금년의 헌옷 수집 실적이 25∼30%나 감소했다고 걱정하고 있다.
불황 속에서 유독 호경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극장과 영화관이다. 「브로드웨이」 극장가의 수입은 이미 작년의 1천7백20만「달러」를 넘어 2천90만「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영화관수입도 금년 상반기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전후 최악의 실업 사태에다가 관상대마저 금년 겨울은 혹한이 될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어 현실보다는 꿈의 세계나 찾아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일까.
「타임」지 표지에 실린 기분 나쁜 한 풍자화는 이모든 현상을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피골이 상접한 「산타클로스」할아버지가 텅 빈 자루를 거머쥐고 독자들에게 『불황을 축하합니다』라고 인사하고 있는 것이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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