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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건물의 개수명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시 특수건물 종합진단 대책본부는 27일 고층 및 특수건물 보수시한기준을 마련하고, 시설개수명령을 받은 건축주는 최단 5일에서 최장 6개월 이내에 미비된 시설을 보완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의하면 소방·「개스」·건축·전기시설 등의 종합 진단반이 미비시설로 적발하여 개수명령을 내렸는데도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단전·단수 또는 퇴거명령 등 행정처분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얼른 듣기에 지나치게 강경한 조치처럼 느껴지는 기준 같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그대로 끝까지 관철될 것인가를 주목하기로 하자.
지난 몇 년 동안 갑자기 잦아진 대형화재의 속출은 국내외에 화재왕국이라는 창피한 인상을 주고 있다.
갑작스런 수도의 팽창과 부실 「빌딩」의 난립, 거기에다가 도시생활에 생소한 이향 상경민의 폭발적 급증은 앞으로도 대 화재를 비롯한 각종 도시형 사고를 더욱 빈발케 할 우려마저 있다.
특히 금년 가을에 이미 수 차례 겪은 대형 화재는 그것이 비단 국가재산에 대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혔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귀중한 인명에 대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피해를 냈다는 사실을 세상은 새겨 알고 있다.
한 건축주의 부주의나 태만이 그처럼 끔찍한 참사를 낳았고, 앞으로도 또 낳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러한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면 아무리 강경한 기준도 지나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설혹 미비된 시설을 갖추는데 돈이 든다고 하더라도 그 돈으로 해서 있을 수 있는 사고가 미연에 방지된다면 거기에서 건지게 될 재산과 생명의 크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하물며 고층건물이나 특수건물의 건축주는 그 건물에 살며 일하고,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의 인명에 대한 증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안전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경향이 있다. 돈과 안전의 양자를 놓고 그 경중이 문제가 될 경우엔 안전을 단치하고 돈을 우선하는 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안전을 운에 거는 태도와 상통한다. 가장 전통적인 안전대책 또는 안전 무대책의 일상적인 표현이 우리말의 「설마」란 말속에 표백되고 있다. 이처럼 안전을 운에 맡긴다는 것은 안전을 돈들이지 않고 꽁짜로 얻겠다는 생각이다.
하기야 예전이라면 초가삼간의 안전쯤을 「설마」에 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연각 「호텔」이나 대왕 「코너」와 같은 커다란 「빌딩」의 안전을 「설마」에 건다는 것은 소름이 끼치는 거의 범죄적인 행동인 것이다.
안전은 공짜가 아니다. 안전을 얻으려면 그만큼 투자가 있어야 마땅하다. 시설 개수령을 받은 화물주나 건축주는 나라를 위해서, 남을 위해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지체 없이 개수보완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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