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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까마득한 의료 보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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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세병자들에 대한 구료 사업은 물론 의료 기관의 시혜 유도 및 근본적인 의료 보험 등이 모두가 계속 걸음마 단계. 당국의 영세민 의료 보장 시책은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 옛 속담에 위안이라도 하는 듯 과감한 복지 시책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구료 사업은 보사부와 경제기획원이 해마다 구료 비중액·삭감, 진료 대상 확대·저지 등의 예산 공방전만 되풀이하는 가운데 제자리걸음을 하는 실정이다.
65년도에 2백원이던 입원 구료 단가가 9년이 지나도록 아직 3백원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 때문.
내년도의 구료 단가만 해도 입원 1천원, 의래 1백원이 요청됐으나 예산 당국에 의해 「실링」이 없다는 예의 이유로 절반씩 깎여 고작 2백원이 오른 5백원 (입원)과 20원 오른 50원(외래)으로 낙착되고 말았다. 그나마 국고 보조는 서울 50%, 지방 80%, 나머지는 시·도 부담.
더우기 예산 당국은 구료비 현실화의 요청에 의해 이나마의 단가 인상 (66%)이 불가피해지자 이번에는 총 구료 예산 증액을 66% 아닌 19%만 인정, 사실상의 사업 확대를 어렵게 했다.
예산 규모상 부득이한 조처였는지는 알 수 없으되 당국의 이같은 구료 사업 푸대접 때문에 내년도 혜택 대상이 입원은 종래의 39만9천6백명 (연인원)에서 32만4천1백20명으로, 외래는 2백32만5천명에서 1백45만9천2백명으로 14∼37%나 각각 줄어들어 가뜩이나 좁은 구료의 문을 더욱 좁히는 결과를 빚어내고 있다.
게다가 다소 올라가긴 했지만 입원 5백원과 외래 50원의 구료 단가도 여전히 문제. 서울시립 남부병원 박이호 원장에 의하면 외래의 경우 가장 치료비가 적게 먹히는 유행성 감기환자의 하루 약값만도 1백50원이나 들고 관절염 등의 약값은 8백원까지 드는데 하루 50원으로 무엇을 해주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남부 병원에서의 외래 환자 밑에 들어가는 평균 치료비도 1백87원으로 나와있다는 것이다.
입원의 경우는 더욱 말할 것도 없는 것. 치료는 그만두고 전국에서 그중 낫다는 서울 남부 시립 병원의 환자 식사가 혼합 곡밥 1그릇·김치 댓쪽·콩나물국 1그릇 뿐인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새마을 진료권을 낸 서울 시내 26개 사립 병원들의 무료 진료 단가가 하루 입원 1인당 l만2천3백69원, 외래 1천1백5원 (서울시 집계)으로 나타난 것과 비교해 불 때 당국의 구료비로 과연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새마을 진료권도 시책상 문제가 적지 않다.
당국은 의료 법인에 대한15% 무료 진료 의무화 조치는 보건 의료 시책상 필요할 때는 의료 기관에 필요한 명령을 과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의료법 48조에 근거한 적법 행정이며 해당 의료 기관은 이 범위에서 새마을 진료권을 마땅히 발행해야한다는 입장. 그러나 병협은 의료법 48조는 감독 규정이므로 이에 의한 새 의무 부과는 부당하다고 맞서는 한편 세법 및 제도상 아무 혜택도 안주면서 무료 진료만 강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새마을 진료 의무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병협에 의하면 현행 시책상으론 법인세 등의 과표에서 무료 진료분이 전혀 인정되지 않고 있고 수도료 등 공과금도 유흥업소와 같은 부과율로 돼있기 때문에 어느 병원이 자꾸 공짜치료를 해주겠느냐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새마을 진료권은 현재 그럭저럭 운영되고 있기는 하나 앞으로 적절한 행정시책의 뒷받침이 따르지 않는 한 영세 환자들은 당국과 병원 사이의 「샌드위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밖에 63년 시행된 의료보험 시책도 70년의 법개정으로 근로자·공무원 및 군인의 가입이 강제됐으나 실제 가입된 것은 아직도 호비·봉명광업·부산 청십자·유공·옥구 청십자·춘성 의료보험조합 등 6개 조합의 7천8백95명뿐이다. 부양 가족을 포함한 종 수혜자도 겨우 3만2천3백53명 밖에 안돼 전 국민의 0·1%만 의료 보장이 강구되고 있는 실정. 영세민들이 이에 의한 혜택을 볼 날은 까마득하기만 하다. <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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